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운동회 보러 조퇴하고 와 준 엄마

초등학교 4학년 운동회 때, 난 달리기를 무척이나 싫어하였지만 제비뽑기로 달리기 선수를 뽑는 터라 뜻 없이 선출되었다. 운동회 날, 엄마들이 돗자리를 갖고 와서 온 식구들이 아침부터 자리를 잡았었다. 맞벌이인 우리 부모님 때문에 나는 친구 가족들이랑 함께 앉기로 되어있었다. 부모님이 못 오는 것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약간은 어린 마음에 섭섭함이 있었다.

오후가 되어서 400m이어달리기 계주가 시작되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내가 3번 주자가 됐는지 2번 주자가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겨우 배턴을 주고 받아들고 힘껏 뛰었다.

결과 우리 반은 마지막주자의 힘으로 2등을 했다. 나 또한 기뻐하며 자리로 들어가려는 순간 저만치 엄마가 서서 지켜보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

너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면서 꼬옥 껴안으며 "우리 딸 정말 잘했다. 엄마가 늦어서 미안해!" 라며 볼을 비벼댔다. 엄마는 회사에서 조퇴하고 나오신 거다. 사랑하는 딸을 보러, 1등을 한 기분이었다. 늦게나마 오신 엄마를 보니 힘이 절로 났다. 엄마를 미리 봤으면 아마 1등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달리기를 생각하면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난다.

강민정(대구 남구 봉덕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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