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정희]머물고, 지나간 자리

비행기로 금오산 상공 지나며 메모 남겨

대구와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유년과 청년 시절 기억이 오롯이 남아 있고, 대통령 당선 이후는 물론 사후까지 그와의 뜻 깊은 인연을 이어간 곳이 부지기수다.

매일신문에 대구이야기를 연재한 정영진씨는 '박정희와 대구의 인연' 편에서 "평생의 처세훈을 닦게 해준 학창시절(1932~37년 대구사범학교)의 대구를 그가 잊을 리 없었다"고 말한다. 박 전 대통령은 또 1950년 12월12일 동인동 육군본부(현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정보참모(중령)로 근무하며 육영수 여사와의 결혼식을 중구 계산성당에서 치렀고, 52년 2월2일 삼덕동 신혼집에서 첫딸 근혜를 얻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돼서도 대구와 박 전 대통령(이하 박 대통령)의 인연은 계속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소는 대구 지산동 수성관광호텔. 박 대통령은 대구에 내려올 때마다 수성관광호텔 2층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묵었다. 호텔에 묵기 하루 전날 비서진을 미리 대구에 보내 엄선된 막걸리를 말통으로 사게 했고, 회식자리 때마다 막걸리 폭탄을 돌린 일화로 유명하다. 당시 수성관광호텔에 근무했던 유영진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막내 시절이라 대통령 근처에도 가기 힘들었지만 삼엄한 경호에 방탄문까지 달았던 기억이 난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까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가 1990년대 들어 대통령의 방으로 불린 방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고 귀띔했다. 김경복 수성관광호텔 전무는 "예전에 대통령들이 묵을 땐 호텔 전체를 사용했던 것으로 안다"며 "2002년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대통령 방을 비롯한 모든 호텔 인테리어를 완전히 바꾸었다"고 했다.

동대구로와 히말라야시더 또한 박 전 대통령에 의해 탄생했다. 범어네거리~파티마병원 2.7㎞ 구간의 동대구로 공사는 박 대통령의 특별 지시와 각별한 관심 아래 진행됐고, 중앙분리대에 심은 히말라야시더 또한 그가 가장 좋아하던 나무로 지금까지 대구를 대표하고 있다.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수성구 중동 '광명 프레지던트' 아파트와 대구컨트리클럽 역시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묻어 있는 곳이다. '광명 프레지던트'는 당시 대구 제일의 건설회사로 유명했던 '광명건설'이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프레지던트'라는 이름을 붙여 화제가 된 곳. 박 대통령이 수성관광호텔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생전의 관심이 컸고, 당시로서는 대구에서 가장 높은 13층의 위용을 자랑했다. 이곳 관리소장은 "박 대통령 생전에 아파트를 짓다가 실제 입주는 대통령 서거 후 1980년 이뤄졌다"며 "공교롭게도 광명 건설 또한 입주 당시 부도가 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후 박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는 대구에서 초급 장교를 지내며 '광명 프레지던트'에 묵기도 하는 등 박씨가와의 인연은 오랜동안 이어졌다.

1972년 10월 개장한 대구컨트리클럽은 박 대통령이 'VIP 1호'로 등록된 골프장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골프를 치며 주요 인사들을 자주 만났고 대구컨트리클럽엔 이 같은 용도의 접견실이 따로 있었다. 이곳 역시 아버지로부터 회원권을 물려받은 지만씨가 가끔 골프를 치러 내려와 아버지를 추억하는 등 박 대통령 사후에도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박 대통령과 가장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곳은 구미 금오산이 아닐까 싶다. 박 대통령이 태어난 생가가 금오산 남향 기슭에 위치해 있고, 호연지기를 키우여 웅심을 품은 곳 또한 금오산이기 때문이다. '영남에 솟은 영봉 금오산아 잘있거라. 세번째 못이룬 성공 이룰 날 있으리라. 대장부 일편단심 흥국일념 소원성취 못하오면 돌아오지 아니하리라….' 1961년 5월 박 대통령이 제2군 부사령관으로 대구에 재직하다 비행기로 금오산 상공을 지나며 남긴 메모가 당시 그의 심정을 잘 말해준다. 이 메모는 훗날 박 전 대통령 재임시절 '금오산아 잘 있거라'는 노랫말로 한 트로트 가수 앨범에 수록되기도 했다.

한편 대구 남구 대명동 앞산 자락에 위치한 보문사는 박 대통령을 추억하는 새 명소가 될 전망이다. 20일 보문사 대웅전에 박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영정을 안치하는 행사가 열린다. 주지 보각 스님은 "불교 신자였던 박 대통령 내외의 영정을 모신 사찰이 전국에 몇 곳 있기는 하지만 대구경북에서는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불교 포교 사업과 결식아동돕기, 무료급식 등의 봉사활동을 함께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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