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초록 교신/권국명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초록과 초록으로 이어진

끝없이 은밀한 길이 나의 내부에 있다.

처음에는 내 손 끝에서 자잘한 풀잎으로,

다음은 내가 가지를 뻗은

앵두나무와 대추나무밭을 지나

오월 넓은 하늘에 가 닿는다.

앵두나무 하늘에는

앵두나무꽃이 그린 기호,

지금 막 태어난 어린 아해 같은 싱싱한 말이 있어

물 없고 바위와 모래뿐인

물 없고 바위와 모래뿐인 도시,

물 없고 바위와 모래뿐인 도시에서

이 초록의 길을 따라 나가

아주 먼 우주 저쪽에 살아있는 너에게

초록의 말로 교신할 수 있으리.

아메리카 어느 사막에 초록 안테나 기지가 있다고 한다.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생물체가 보내올 신호를 잡아내기 위한 장치. 인간의 과학기술은 아직 그것을 잡아낼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 임무를 식물에게 맡겼던 것. 식물이 인간의 인식범위를 벗어난 신호를 잡아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 보여주는 초록과 초록으로 이어진 '은밀한 길'은 사실 언어의 다른 말. 도구적 수단으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언어 자체가 존재가 되는 언어. 이른바 절대언어다. 앵두나무가 갓 피워낸 싱싱한 꽃, 그것을 때 묻은 언어로는 그려낼 수 없는 것. 그래서 시인은 절대언어를 꿈꾼다. 언어파 김춘수 선생님의 제자답게 그만의 방식으로. 시인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1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55%로 직전 조사 대비 1% 하락했으며, 부정 평가는 36%로 2% 증가했다. 긍정적...
금과 은 관련 상장지수상품(ETP) 수익률이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실물시장 공급 부족으로 급등하며, 국내 'KODEX 은선물 ET...
방송인 박나래와 관련된 '주사이모' 불법 의료행위 논란이 확산되며, 유튜버 입짧은햇님이 직접 시인하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입짧은햇님은 '주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