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과 초록으로 이어진
끝없이 은밀한 길이 나의 내부에 있다.
처음에는 내 손 끝에서 자잘한 풀잎으로,
다음은 내가 가지를 뻗은
앵두나무와 대추나무밭을 지나
오월 넓은 하늘에 가 닿는다.
앵두나무 하늘에는
앵두나무꽃이 그린 기호,
지금 막 태어난 어린 아해 같은 싱싱한 말이 있어
물 없고 바위와 모래뿐인
물 없고 바위와 모래뿐인 도시,
물 없고 바위와 모래뿐인 도시에서
이 초록의 길을 따라 나가
아주 먼 우주 저쪽에 살아있는 너에게
초록의 말로 교신할 수 있으리.
아메리카 어느 사막에 초록 안테나 기지가 있다고 한다. 우주 어딘가에 살고 있을 생물체가 보내올 신호를 잡아내기 위한 장치. 인간의 과학기술은 아직 그것을 잡아낼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 임무를 식물에게 맡겼던 것. 식물이 인간의 인식범위를 벗어난 신호를 잡아낸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 보여주는 초록과 초록으로 이어진 '은밀한 길'은 사실 언어의 다른 말. 도구적 수단으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언어 자체가 존재가 되는 언어. 이른바 절대언어다. 앵두나무가 갓 피워낸 싱싱한 꽃, 그것을 때 묻은 언어로는 그려낼 수 없는 것. 그래서 시인은 절대언어를 꿈꾼다. 언어파 김춘수 선생님의 제자답게 그만의 방식으로. 시인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