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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슬픈 歌客(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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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 대중가요 가수 배호의 인기는 대단했다. '안개 낀 장충단 공원''마지막 잎새' 등 그의 노래들은 당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언제나 부슬부슬 비를 뿌리는 듯 슬픈 분위기가 감도는 멜로디, 우수 어린 음색은 사람들의 영혼을 파고드는 듯했다. 29세의 짧은 삶은 더욱 팬들을 가슴 아프게 했다. 타계한 지 37년이 됐지만 서울의 배호 라이브 카페에는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는 팬들이 모여든다. 매년 11월 7일이면 배호의 묘소에서 추모의 시간도 가진다고 한다.

역시 동시대에 맹활약했던 가수 차중락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Anything that's part of you'를 개사한 번안곡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다. 한국록의 초창기 그룹 키 보이스의 리더 보컬로 한창 성공가도를 달리던 그가 27세로 요절했을 때 수많은 여성팬들이 흐느꼈었다.

'하얀 나비''이름 모를 소녀' 등을 불렀던 김정호. 1970, 80년대에 천재적 싱어 송 라이터로 활약했던 그는 호소력 강한 음색으로 애절한 분위기의 노래들을 즐겨 불렀다. 1985년, 서른셋 나이에 폐결핵으로 눈을 감아 많은 팬들을 눈물짓게 했다.

원로 가수 권혜경 씨가 25일 향년 77세로 타계했다. 빅 히트곡인 '산장의 여인'을 남겨두고 그 노랫말만큼이나 쓸쓸하게 세상과 하직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가수 모두가 '슬픈 노래'로 우리 기억 속에 각인돼 있다. 생전에 독신으로 살다간 것도 공통점이다. 슬픈 노래를 좋아하면 그 인생도 슬프게 된다 했던가.

패티 김, 조용필 두 대형 가수의 전국 순회 콘서트가 시중의 화제다. 패티김은 데뷔 50주년 기념 콘서트를 4월 말부터 오는 11월 말까지, 조용필은 어저께 24일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40주년 기념 투어에 나섰다. 노래의 빛깔은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한국 가요계의 거목들이라 팬들의 반응이 뜨겁다.

앞서의 고인들에 비하면 참 행복한 가수들이다. 아무리 '국민 가수'들이라지만 50년, 40년 동안 한결같이 무대 위에 설 수 있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한국 가요계에서 이만큼 성공한 가수들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권혜경 씨의 부고를 접하며 고인이 된 歌客(가객)들을 다시금 떠올려 보게 된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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