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줏대없는 대구시?'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 문제가 원점에서 재논의되고 있다. 대구시가 횡단보도 설치문제를 상인 반발에 밀려 '없던 일'로 했다가 1개월여 만에 '할 수도 있다'고 말을 바꾸면서 '오락가락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9일 대구녹색소비자연대, 대구보행권시민연대, 대구장애인연맹 등 13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I ♡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는 대구시 권영세 부시장과 가진 면담자리에서 "한일극장 앞 또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조성중인 중앙네거리 지점에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있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지난 31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권 부시장과 이진훈 문화체육관광국장, 정순식 교통정책과장, 김대권 문화산업과장 등 시 간부들과 육성완 대구장애인연맹 대표, 안재홍 녹소연 사무국장, 정제영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총무이사 등이 참석했다.
권 부시장은 "횡단보도를 긋지 않겠다는 게 대구시 입장은 아니다. 중앙로를 보행자 중심의 길로 만들기 위해 대구시가 동성로공공디자인개선사업, 대중교통전용지구 등을 계획해 시행중이며, 보행권 확보를 위해 횡단보도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년 전부터 보행자 편의를 위해 거론돼 온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설치는 지난 3월 말 동성로 대구역~대구백화점 구간의 전주 지중화공사가 완료되면서 "시민의 보행권을 보장하고 끊어진 상권의 맥을 잇자"며 시민사회단체와 인근 상인들의 요구로 촉발됐다.
그러나 4월 초 지하상가 상인과 시민단체, 공무원, 시의원 등이 간담회를 가진 후 지하상가 상인들이 대구시청 앞 농성을 계속하는 등 극심하게 반발하자 대구시 문화산업과는 같은달 21일 '횡단보도 설치는 없던 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13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연계해 'I ♡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연대를 조직, 1만명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지속적으로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안재홍 사무국장은 "이랬다 저랬다 하는 대구시를 신뢰할 수 없어 'I ♡ 한일극장 앞 횡단보도' 연대를 조직했다. 연대는 대구시에 정식공문을 통해 횡단보도 설치를 약속할 것을 주문했으며, 대구시는 이번주 중으로 공문을 보낼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김충환 대구시의원은 "대구시가 중심을 갖고 일을 추진하지 않으면 볼썽사나운 행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향후 지하상가 상인들이 격렬히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대구시가 또다시 입장을 바꿀지 주목된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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