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아버지 이제 편히 쉬세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벌써 13년이 되었습니다.

내가 결혼한 지 8개월 만에 57년간 불꽃같이 사셨던 생을 마감하고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홀연히 떠나가셨습니다.

손 귀한 종갓집의 외아들로 태어나 1녀 4남의 자녀를 키우시더니 그 삶의 무게가 그리도 힘드셨던가요? 당신께서 지셨던 삶의 무게처럼 저도 두 아이를 가진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정을 이끌어 가려다 보니 아버지 생각이 절로 납니다.

삶이 힘들어도 투정 한마디 없이 농사일로 네 아들 대학 보내며 자녀들을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쳤던 아버지. 2년 반을 투병하시면서 아래로 남은 마지막 두 아들까지 모두 결혼시키셨던 아버지. 5남매 중 네번째로서 셋째 아들인 내가 사는 모습이 늘 불안해 보이셨던지 임종 때까지도 당신 눈동자에 저를 가득 담아 가시더군요. 그렇게 마음이 안 놓였던 모양이죠! 하지만 아버지, 조금은 부족하지만 저도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 가정 잘 꾸리면서 지금 이만큼이라도 살아가는 것은 정자나무 그늘 같았던 아버지 덕택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지셨던 삶의 무게로 우리가 시원한 그늘을 삼아 더위를 피해 갔듯이, 나 또한 내가 지는 삶의 무게로 말미암아 내 아이들에게 시원한 그늘이 되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아버지! 이제 자식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셋째 아들 올림.

백희목(대구 수성구 수성1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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