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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의 시와 함께] 앵두/고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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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먼지를 일구는 저 길을 쉥, 하고 가로질러 왔네

가랑이를 오므리고

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럼 붙어 있는 백미러로

지나간 풍경을 멀리 훔쳐보며

간간, 부레끼를 밟으며

그녀가 풀 많은 내 마당에 스쿠터를 타고 왔네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샴푸향기 풍기는 긴 생머리,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맨살 다리. 가랑이를 오므리고 '간간, 부레끼'를 밟으며 '쉥,'하고 골목을 누비는 빨간 화이바 아가씨. 성호세차장에도 성동부동산에도 터질 듯 부푼 청춘을 배달하는 스쿠터 아가씨. 곁에 달라붙어 '부릉부릉' 조르고 투정하며 애교를 던지는 파랑새. 뻔하고 뻔한 삶, 나른하고 심드렁한 일상이 지배하는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도심에만 있는 게 아니다. 딸기농장, 참외비닐하우스의 '흙먼지' 길을 가로질러 새참 대신 커피를 배달하는 아가씨. 풀죽어 축 처진 시간에 허연 허벅지로 일터에 활기를 불어넣는 아가씨. 그 아가씨들이 쓰는 빨간 화이바가 앵두를 닮은 건 당연한 일. 앵두보다 더 탱탱한 청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앵두는 정말 스쿠터를 타고 와 맺히는 건 아닐까.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장옥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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