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앵두/고영민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먼지를 일구는 저 길을 쉥, 하고 가로질러 왔네

가랑이를 오므리고

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럼 붙어 있는 백미러로

지나간 풍경을 멀리 훔쳐보며

간간, 부레끼를 밟으며

그녀가 풀 많은 내 마당에 스쿠터를 타고 왔네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샴푸향기 풍기는 긴 생머리,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맨살 다리. 가랑이를 오므리고 '간간, 부레끼'를 밟으며 '쉥,'하고 골목을 누비는 빨간 화이바 아가씨. 성호세차장에도 성동부동산에도 터질 듯 부푼 청춘을 배달하는 스쿠터 아가씨. 곁에 달라붙어 '부릉부릉' 조르고 투정하며 애교를 던지는 파랑새. 뻔하고 뻔한 삶, 나른하고 심드렁한 일상이 지배하는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도심에만 있는 게 아니다. 딸기농장, 참외비닐하우스의 '흙먼지' 길을 가로질러 새참 대신 커피를 배달하는 아가씨. 풀죽어 축 처진 시간에 허연 허벅지로 일터에 활기를 불어넣는 아가씨. 그 아가씨들이 쓰는 빨간 화이바가 앵두를 닮은 건 당연한 일. 앵두보다 더 탱탱한 청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앵두는 정말 스쿠터를 타고 와 맺히는 건 아닐까.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장옥관 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아 시장직 상실 위기에 처해있으며, 항소를 밝힌 그는 법원의 판...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약으로 내건 가운데, 코스닥 시장은 취임 1년 만에 초기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정부는 국민성장펀...
배재고등학교는 5·18 민주화운동 비하 응원 논란으로 1개월 출전 정지를 받은 후 민주시민교육을 실시했으나, 학생들이 대부분 잠을 자는 등 ...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