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시장학회 기금 요청에 업체들 '고민'

자산·매출 규모 비교 적정 액수 '눈치'

포항시가 현재 30여억원인 시장학회 기금을 2010년까지 300억원으로 확충키로 하고 각계에 기금출연을 요청, 포항 지역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기업들은 '내기는 내야겠는데 어느 정도가 적정 규모일까'를 두고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공단업체들의 경우 "매출과 자산 등 외형을 놓고 보면 수십억씩 내도 괜찮을 것"이라는 게 일반의 기대지만 사주는 서울에 있고 현지에 있는 관리책임자들은 회계 권한이 거의 없어, 오너와 시청(시민) 사이에 끼어 눈치만 보는 신세가 돼버렸다.

공단의 한 대기업 임원은 "크게 부르면 형편이 어려운 동종업체를 비롯한 기업인 사회에서 왕따가 될 가능성이 높고, 현실적인 금액(?)을 제시하면 시청을 비롯한 지역민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것 같고…"라는 말로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6일 대구은행이 20억원 출연을 약정하면서 다른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특히 대구은행과 함께 시 금고를 노리고 있는 농협 등 금융업계는 더욱 속이 타들어 간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쪽(대구은행)에서 20억원을 배팅해 버렸으니 10억 미만이면 명함도 못 내밀 것 같고, (대구은행과)비슷하게 하자니 내부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마음이 편치 못하다고 푸념했다.

공단 제조업체들 역시 마찬가지. 대구은행의 20억원이 가이드라인이 되는 분위기가 역력해진 가운데 언제, 얼마를 던질 것인지를 두고 업체들간 수시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으나 뚜렷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속앓이 중이다. 특히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지역의 대표주자들은 더욱 애매한 상황이라며 일단 시간끌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이런 가운데 장학금 접수창구에는 소리소문없이 100만∼300만원씩을 내는 영세기업과 각종 단체들이 잇따르면서 약정규모가 어느새 7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