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검정팬티가 수영복이던 유년시절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신록이 우거지고 나뭇가지에 매미가 목놓아 우는 여름이 시작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냇가로 달려갔던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땀으로 뒤범벅이 돼 목덜미엔 땀띠가 울긋불긋 솟아올라 뜨거운 여름날을 더 따갑게 하면 우린 약속이나 한 듯 중복을 지난 떫디떫은 감을 두어개 따서 엄마 몰래 허리춤에 감추고 냇가로 뛰어나간다.

어느새 먼저 온 친구들은 물 속에서 멱을 감는다. "희야 너거들은 빤스(팬티)입었나?" "그래 우린 입었다가 나중에 빨아 말려서 다시 입을끼라."

모두가 운동회 때 입었던 까만 고무줄에 운동바지가 수영복이자 팬티였다. 새파란 감을 물살 아래로 던져 모두가 헤엄쳐서 줍는 사람이 가지는 놀이가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산에 소 꼴 먹이러 가야한다는 것도 까맣게 잊어버린다.

2시간마다 다니는 비포장 도로에 버스가 몇 시차인지도 신경 쓰지 않고 놀다 보면 멀리 언덕배기에서 엄마는 소 먹이러 안가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신다.

그제야 정신이 든 우리는 물가로 뛰쳐나와 젖은 수영복 팬티 위에 치마를 입고 젖은 러닝 차림으로 소를 몰고 간다. 해가 져 산그림자를 드리울 때 들고 있던 감을 간식으로 소금에 푹 찍어서 씹어먹으며 배고픔을 채웠다.

입고 있던 젖은 수영복은 바람과 몸의 온기에 다 마르고 우린 소 고삐를 잡고 하루해가 지는 고갯길을 함께 노래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땐 그랬다.

그때 그 친구와 고향 냇가와 푸르던 산천이 또 그리워지는 칠월이 다가오고 있다.

강정숙(대구시 중구 대봉1동)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우원식 전 국회의장이 해외출장 14회 모두 배우자와 동행하며 소요된 예산이 82억8천700만원에 달한 사실이 밝혀졌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정부는 민선 9기 지방정부 출범을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건축정책 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해 '중앙·지방 건축정책 공감 협의회'를 개최...
경상북도가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에 공동 사업자로 참여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한편, 가수 장윤정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제품에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며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캐나다의 미..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