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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검정팬티가 수영복이던 유년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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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우거지고 나뭇가지에 매미가 목놓아 우는 여름이 시작되면 너나 할 것 없이 냇가로 달려갔던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어느새 땀으로 뒤범벅이 돼 목덜미엔 땀띠가 울긋불긋 솟아올라 뜨거운 여름날을 더 따갑게 하면 우린 약속이나 한 듯 중복을 지난 떫디떫은 감을 두어개 따서 엄마 몰래 허리춤에 감추고 냇가로 뛰어나간다.

어느새 먼저 온 친구들은 물 속에서 멱을 감는다. "희야 너거들은 빤스(팬티)입었나?" "그래 우린 입었다가 나중에 빨아 말려서 다시 입을끼라."

모두가 운동회 때 입었던 까만 고무줄에 운동바지가 수영복이자 팬티였다. 새파란 감을 물살 아래로 던져 모두가 헤엄쳐서 줍는 사람이 가지는 놀이가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산에 소 꼴 먹이러 가야한다는 것도 까맣게 잊어버린다.

2시간마다 다니는 비포장 도로에 버스가 몇 시차인지도 신경 쓰지 않고 놀다 보면 멀리 언덕배기에서 엄마는 소 먹이러 안가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신다.

그제야 정신이 든 우리는 물가로 뛰쳐나와 젖은 수영복 팬티 위에 치마를 입고 젖은 러닝 차림으로 소를 몰고 간다. 해가 져 산그림자를 드리울 때 들고 있던 감을 간식으로 소금에 푹 찍어서 씹어먹으며 배고픔을 채웠다.

입고 있던 젖은 수영복은 바람과 몸의 온기에 다 마르고 우린 소 고삐를 잡고 하루해가 지는 고갯길을 함께 노래부르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땐 그랬다.

그때 그 친구와 고향 냇가와 푸르던 산천이 또 그리워지는 칠월이 다가오고 있다.

강정숙(대구시 중구 대봉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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