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엔 벌써 여름인 듯 햇살이 뜨겁다. 여름이 다가오는 냄새에 2007년 여름밤의 마지막 음악회가 떠오른다.
조현영, 막내 동생의 처인 나의 올케가 하늘로 떠난 지 벌써 100일이 훌쩍 지났다. 올케는 일찍이 세 딸을 데리고 남편을 기러기아빠로 남겨둔 채 모스크바로 또 독일로 떠난 지 9년 만에 다은 다솔 다윤이는 엄마의 뒷바라지와 아빠의 헌신으로 좋은 결과들이 기쁜 소식이 되어 한국으로 날아왔다. 다솔이의 독일 연방 콩쿠르 첼로부분 우승의 소식과 함께 귀국한 올케는 임신 10개월의 배처럼 복수가 찼고 배속엔 암 덩이가 온몸에 퍼져 6개월을 살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온 상태였다.
눈앞이 깜깜했다. 입원과 방사선 치료, 수술을 계속하던 중 독일에 있는 세 아이들은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들어왔고 엄마를 껴안고 비비며 엄마 사랑해, 엄마 좋아를 연발하던 아이들은 엄마가 떠나기 전 마지막이 될 음악회를 준비했다.
다은(19세)인 바이올린, 다솔(16세)인 첼로, 다윤(14세)인 피아노를 연주하며 수성 아트홀에서 연주회를 성황리에 치렀다. 온전히 엄마를 위해서 세 자매는 연주했다.
방학이 끝날 무렵 아이들을 독일로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올케와 남동생의 뒷모습에 눈물이 가슴을 타고 내렸다.
지난 설날 오후 올케는 남편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렇게 조용히 숨을 거두었고, 다솔이는 현악4중주 1등, 다윤이는 피아노부문 1등을 차지하며 독일 리벡에서 음악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지난 여름 음악회의 객석이 넘치고 박수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기러기 아빠를 혼자 버려둔 채 딸들의 음악을 위해 짧은 생애를 바친 올케가 오늘따라 무척 그립다.
하루에도 천만번 엄마가 보고싶다는 다솔이와 다은, 다윤이 세 조카와 남동생이 슬픔 중에도 희망을 찾으며 힘을 낼 수 있길 기도한다. 큰 고모.
최순옥(대구 수성구 지산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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