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시금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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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진

나는 올리브 당신은 뽀빠이 우리는 언제나 언밸런스,

당신은 시금치를 좋아하고 나는 먹지 않는 시금치를 요

리하죠 그래서 당신께 시금치 편지를 씁니다 내가 보낸

편지엔 시금치가 들어 있어요 내가 보낸 시금치엔 불 냄

새도 없고 그냥 시금치랄 밖에는 아무런 단서도 없지요

끓는 물에서 금방 건져 낸 부추도 아니고 흙을 툭툭 털

어 낸 파도 아니고 돌로 쪼아낸 봉숭아 이파리도 아니고

숭숭 썰어서 겉절인 배춧잎도 아니에요 이것은 자명한

시금치 편지일 뿐이지요 당신은 이 편지를 받고 시금치

스파게티를 먹으며 좋아라 면발 쫙쫙 당길지도 모르겠

지만 나는 동네 공터에 개똥을 밟아 가며 당신을 위한

시금치 씨를 뿌리고 있답니다 시금치가 자라면 댕강댕

강 목을 베어 버리겠어요! 그때…… 다시 쓰지요.

아시아 서남부에서 시집온 명아주 집안의 시금치 양. 찬물에 발 담그고 사는 오리들처럼 발목이 늘 빨간 시금치 양. 시금치 양이 쓰는 편진 줄 알았는데 다시 읽으니 올리브가 쓴 편지. 올리브는 뽀빠이의 여자친구. 뽀빠이에게 쓰는 올리브의 연애편진 줄 알았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무서운 경고장이다. 한평생 희생과 봉사를 강요당했던 이 땅의 여성들이 보내온 경고장.

"시금치가 자라면 댕강댕강 목을 베어 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전언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졸아든다. 국수를 좋아하는 아내의 취향을 무시하고 밥만 줄곧 고집했던 나. 복수 당할 날이 오기 전에 먼저 편지를 쓰리라. 당신이 개똥을 밟아가며 키운 시금치 덕분에 나는 행복했다오. 시금치를 주지 않더라도 불평하지 않겠어요. 시금치가 대숩니까. 잘못하면 댕강댕강 목이 베어질 형편인데, 무서운 이 땅의 요즘 아내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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