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성석제씨가 산문집 '농담하는 카메라'를 냈다. 이 책은 농담집이라고 해도 좋겠고, 수필집이라고 해도 좋겠다.
이른 점심을 먹고 자투리 시간에, 혹은 출퇴근 버스나 지하철에서 서너 편씩 곱씹어 읽을 만한 이야기들을 작가 특유의 능청스러운 필체로 담아내고 있다. 때론 눈물이 고이고, 때론 쿡쿡 웃음이 터진다.
작가는 '세상이 어쩌고저쩌고, 세상을 바꾸네, 못 바꾸네'라는 식의 말을, 접근을 싫어한다고 했다. 설령 심각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일지라도 농담을 주고받듯 이야기하고 싶다는 것이다. 성석제는 자신이 농담을 좋아하며, 농담이 개인에게 건강을 선물하고 공동체에 활기를 준다고 말한다. 그렇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살다보면 건강하고 수준 높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책제목이 '농담하는 카메라'이지만 책에 사진은 그다지 많지 않다. 손에 들고 찰칵찰칵 풍경을 담아내는 카메라가 아니라 성석제라는 사람이 카메라가 돼 일상을, 풍경을, 존재를, 삶을 농담의 각도, 농담의 노출로 바라보고 있다.
성석제의 농담 카메라는 마땅히 눈물을 글썽이어야 할 장면을 담으면서도 농담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성석제의 농담은 유머와는 다르다. 그는 시종일관 웃기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그 이야기는 웃기는 이야기가 아니다.
늘 그랬듯 성석제는 이번에도 번뜩이는 호기심과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펼치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작가 성석제는 짐짓 점잖은 목소리, '왜 웃고 난리냐?'는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늘어놓고 있다. 338쪽, 1만2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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