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미니 월드컵'유로 2008'이 한창이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관심은 예전만 못하다. 무엇보다도 박지성'이영표 등의 활약으로 국내 축구팬들도 유럽 클럽축구에 열광하게 되면서 국가 대항전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국빠(국가대표팀 경기만 보는 축구팬을 부르는 은어)만 양산했던 국내의 축구문화를 일거에 바꿔버린 유럽의 클럽 축구, 그 중에서도 가장 친숙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세밀하게 묘사한 영화가 바로'골! Goal!'(2005)이다.
영화'골!'의 배경이 되는 축구 클럽은'원더보이'마이클 오웬이 뛰고 있는 뉴캐슬 유나이티드(이하 뉴캐슬)다. 뉴캐슬은 최근 50년 동안 주요 대회 우승과는 인연이 없는 초라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지만 116년의 팀 역사가 말해주듯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인기 구단중의 하나이다.'툰 아미''조디스'로 불리는 뉴캐슬의 열혈 팬들이 점령하는 홈경기 평균 관중은 5만명을 넘어서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에 버금가는 열기를 보여준다.
경기 스코어를 게재하지 않기로 유명한 뉴캐슬의 아름다운 구장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골!'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제작진의 말대로 영화'록키'의 스토리 구조를 그대로 가져왔다. 공 잘 차는 멕시코 출신 가난한 소년 산티아고 뮤네즈의 눈물겨운 프리미어리그 입성기. 여기에 러브스토리, 가족과의 갈등과 화해, 우정 등이 양념으로 버무려진다. 게다가 데이비드 베컴, 라울, 지네딘 지단, 조 콜, 프랭크 람파드, 스티븐 제라드 등 세계적인 축구선수들을 이 영화 한 편으로 모두 만나볼 수 있고 꽃미남 베컴의 딱딱한 영국식 영어를 맛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리버풀과의 경기에 모습을 나타내는 주심이 국내에도 꽤 알려진'대머리 심판'하워드 웹일 정도이다.
영화'골!'의 가장 큰 미덕은 축구팬들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프리미어리그 경기장의 열기와 흥분을 가장 현실감 있게 전달해 준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중계한 케이블TV 방송사의 화면은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최악의 화질을 보여주기로 유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골!'의 깨끗한 영상과 5.1채널로 다가오는 생생한 경기장의 소음은 축구팬들에겐 최고의 선물이다.
혹시나 영화'골!'의 뻔한 스토리가 지루하다고 생각되면 서플먼트(부가영상)에 눈을 돌리길 바란다. FIFA가 공식적으로 지원한 영화답게 풍성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제작 다큐멘터리와 영화 해설 말고도 축구영화답게 축구에 관한 다양한 영상이 준비돼 있고,'월드컵 최고의 순간들'에서는 안정환의 그 유명한 이탈리아전 골든골을 감상할 수 있다.
3부작으로 기획된 영화'골!'은 2007년의'골! 2'에서 뮤네즈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과 좌절을 다뤘고, 독일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다룬'골! 3'는 현재 개봉을 앞두고 있다.'골! 2'는 DVD 말고도 메가TV에서도 만나 볼 수 있지만 속편으로 갈수록 부실해지는 시리즈 영화의 관습은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김경덕(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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