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에 입당한 지 불과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총선 때 지역구를 울산에서 서울 동작을로 옮기면서 정 최고위원은 사실상 처음으로 선거다운 선거를 치렀다. 전당대회 도전은 한나라당과 친해지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한나라당이 더욱 개방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9일 매일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폐쇄된 계파가 지속되는 한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면서 "국회의원들은 각자가 독립적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자신이 1천억원을 출연하는 등 총 3천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만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나라당 입당이 6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당권 도전이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있다.
▶6선 의원으로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 서울 동작구 주민들이 표를 줄 때는 국정에 참여해 나라 발전에 기여하라는 요구다. 출마는 그런 기대에 보답하는 길이다. 미국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후보는 상원의원 초선이다. 저는 6선 의원이다.
-지금까지 무소속 또는 정당을 창당하며 정치를 해 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우리나라 여야는 이념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고, 권력을 가졌느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다. 그런데도 여야는 대화가 잘 안 된다. 정치를 하는 것은 공직에 있는 것과 같다. 앞으로는 정당정치가 제도적으로 건강해지고 그런 틀을 잡는 데 기여하겠다.
-현대가 출신인 정 최고위원이 당 대표가 되면 '강부자 내각'에 이어 '강부자 당'이 된다는 비판도 있다.
▶'강부자'와 저의 이미지는 다르다. 국민들은 부동산 투기를 해서 강남에 아파트 5, 6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그러나 나는 아버지로부터 유산을 물려받았고, 현대중공업에는 수십만명의 노동자들이 있다. 현대중공업의 고문을 그만둔 지 6년 됐다. 현대중공업의 대주주지만 돈이 많은 것은 아니다.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는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와 있다.
▶당 대표를 선출하는 데는 대의원이 가장 중요하다.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당이지만 현재는 국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고생하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최악의 전당대회가 될 수 있다. 대의원들도 여러 가지 국정현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당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5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를 하면서 한나라당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당시 노 후보와 성장배경과 환경이 너무 달랐지만 서로가 솔직하게 힘을 합치면 정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동정부를 구성하자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노 후보가 하는 말을 살펴보면 그런 약속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 않더라. 나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변화였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가 변화에 대한 기대를 다 수용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후보단일화에 응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
▶시간을 두고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친박인 허태열 의원의 출마가 정 최고위원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 의원의 출마는 바람직하다. 유불리를 떠나서 박근혜 전 대표도 나오길 바란다. 국민들이 볼 때 한나라당의 대표선수라고 인정되는 분들은 출마해야 한다. 유불리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허 의원은 경력과 인품이 훌륭하다.
-대표가 되면 한나라당을 어떻게 변화시킬 건가.
▶더 개방된 정당체제를 갖춰야 한다. 의원 개인 간의 친소관계가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위적 장벽을 더해서 의원들 간에 칸막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혈연·지연도 좋지만 배타적인 성격으로 가고, 공천을 줬기 때문에 좇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박 전 대표와 친밀하지만 차기를 두고 경쟁하는 관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두가지 할 일이 있다. 우선 경제가 잘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는 2012년에 정권 재창출을 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당의 중요한 자산이고 유력한 대권후보다. 국민들이 볼 때 한나라당에 대통령 후보감이 많다는 이미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 되느냐보다 정권 재창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국제축구연맹 회장에 도전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결정할 시기가 올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장은 16년 동안 재직해서 너무 오래 했기 때문에 이번에 그만둔다. 정파적 이해관계 없이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이 나오길 바란다.
서명수·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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