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가 '악마로 표현한 욕정의 문제는 특별히 훌륭하신 분들을 제외하고는 평생의 숙제다. (욕정을) 푸느냐 참느냐, 혹은 곰곰 생각해 보느냐 이 셋 중의 하나로다! 그런데 어떤 고매한 분이 이런 해답을 내려준다. 공인받은 애인이나 부부지간에만 하면 될 것 아니냐고. 일컬어 건강한 정신, 건강한 섹스! 예끼 이 사람아, 그걸 누가 모르나. 생물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나 욕정이란 놈이 본시 도둑질을 좋아한다는 게 문제지. 이 몸도 종내 톨스토이 못지않게 괴로우니 를 읽은 오늘, 나는 톨스토이와 동격이다."
『나의 레종데트르』김갑수 지음/미래M&B 펴냄/363쪽/1만2천원.
"한심한 영혼들은 파경의 위험에 닥쳐서야 결혼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 문제를 돌아보았다. 결혼은 곧 현실이었다.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낭만적 결혼의 허구가 느껴졌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자라는 부분은 더해 주어야 하는 것이 함께 사는 사람의 도리였다. 이를 가르쳐 준 선생은 마누라가 아닌 여자와 남편이 아닌 남자들이었다. 새로 만난 친구와 연인도 결점투성이인, 남편과 마누라와 똑같은 사람들임을 그제서야 알았다."
『내 인생의 친구』윤광준 지음/시공사 펴냄/265쪽/1만1천원.
3만장이 넘는 LP를 가진 김갑수, 이라는 오디오 관련 책을 쓴 윤광준은 다른 이들이 애인사이라고 놀릴 만큼 친한 친구다. 또한 두 사람은 자신의 직업 외에 오디오 평론가라는 약간은 낯선 이력을 가지고 이미 단단하고 빛나는 글들을 담은 여러 권의 책들을 세상에 내놓았다. 독서 편력기인 『나의 레종데트르』와 삶의 내면을 돌아보는 에세이 『내 인생의 친구』는 어쩌면 전혀 내용이 다른 책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두 저자가 오랜 친구인 것처럼 서로 닮아 있다. 김갑수의 책 '레종데트르(raison d'etre)'가 '존재의 이유'라는 프랑스어라는 것을 아는 순간, 윤광준의 '인생의 친구'는 삶의 가치를 찾는 글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다가온다. 살아가다 보면 의도하거나 의도하지 않거나 이유 없이 감추고, 숨기고 싶은 것들이 있다. 세상의 도처에 깔린 욕정의 유혹이 그러한 것이고 우리는 그 유혹의 지뢰밭 속을 까치발을 하고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한 사람은 독서를 통해서, 한 사람은 일상의 삶을 통해서 오히려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감정의 일면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삶이란 것은 마치 쉬지 않고 경쟁하는 경기의 연속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뒤돌아보면 쉼이 없는 삶이란 것이 어찌 존재할 수 있으랴! 쉼이 없는 삶이란 얼마나 공허한 것인가? 존재의 이유가 내 인생의 친구에 있다는 것, 그 친구가 사람이든 사물이든 거친 일상의 돌이킴으로 찾는 작업이 두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삶의 질곡이 자신만을 괴롭힌다고 고민하고 방황하는 지금 이 순간, 내 인생의 친구를 찾아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고 싶다.
전태흥(여행작가·㈜미래데이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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