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물비늘 촘촘해지는 밤/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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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가로등 떨고 있는 밤

물빛 어제의 물빛 아니에요

쉬폰 커튼처럼 가볍게 어스름 녹아내려

물빛 깊어지네요

세상 것들 스며 더 검푸르네요

물 속에 산마루 물구나무 서 있고

풀벌레 소리 가만가만 풀꽃 흔드네요

바람은 물결 밀어

물비늘 촘촘해지네요

물비린내 밟고 가는 발소리 젖어있네요

바람 어제의 바람 아니에요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윤슬'이라고 한다지요. 참 아름다운 우리말입니다. 윤슬을 보면 호수가 반짝반짝 눈을 뜨는 것 같지요. 호수는 눈동자가 너무 커서 눈빛도 수천 개 수만 개로 반짝입니다. 바람에 일어나는 잔물결을 시인은 물비늘이라고 부르네요. 어떤 심정이 물비늘을 촘촘하게 느끼게 만드는 걸까요. 어스름 녹아내린 물빛처럼 마음이 깊이깊이 가라앉는 날. 그런 날에는 물 위를 밟고 가는 바람의 발소리가 들립니다. 풀벌레들 소리가 풀꽃을 흔드는 것도 보입니다. 물빛 어제의 물빛 아니고, 바람 어제의 바람 아닌 걸 느낍니다. '물빛'과 '물 속'과 '물비늘'과 '물비린내'로 건너뛰는 두운의 리듬. '쉬폰 커튼'처럼 가볍고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서정이 아름답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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