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당권경선 '당규 휴지조각'

계파간 대결 갈수록 혼탁…勢과시 모임 서로 비방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친이 친박간 계파대결이 노골화되고 있는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열린 당권주자들의 TV토론회에서는 당내 계파의 전당대회 선거개입 문제를 두고 가시돋친 설전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이날 저녁 예정됐던 대규모 친이계 모임이 연기됐다. 모임을 준비한 측에서는 이 행사가 현 정국을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으나 박희태 전 의원과 공성진 의원을 지지하기 위한 대규모 세과시 자리가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면서 행사 1시간 전에 급하게 취소됐다.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했던 출판기념회에서도 친박계의 대표주자였던 허태열 의원이 서둘러 자리를 뜨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를 두고 전대를 3일 앞두고 열린 출판기념회가 허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위한 연막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권주자 선거가 이처럼 계파간 대결로 치달으면서 '후보가 아닌 국회의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당규는 휴지조각이 됐고, 선거전도 혼탁해지고 있다. 이 같은 계파간 대결에 대해 당권주자 상호간에 비방도 과격해지고 있다.

계파색이 엷은 정몽준 최고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친이-친박 등 계파를 거론하며 "계파로 한나라당이 흩어지는 건 국민 배신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친이측 모임을 "선거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이에 앞서 정 최고위원 측은 이날 오전 당 지도부에 모임 취소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국회의원 20년을 했지만 단 한 명도 계파로 거느린 적 없다. 전 계파 중립이고, 범계파가 날 지지한다"며 계파와 무관함을 강조했지만, 정 최고위원은 "100여명이 모이는 중요모임에 대해 모른다고 하면 답이 되느냐"며 "당규를 위반해 대표가 되면 제소해 무효화시켜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같은 당이라 그럴 수 없고 잘들 하시길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박 의원들도 박 전 의원에 대한 공세에 가담했다. 김성조 의원은 "친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 모두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공격했고, 허태열 의원은 "박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세상보는 눈도 생각도 비슷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박 전 의원은 "김 후보도 특정 그룹에서 지지한다는 말이 있다"며 반박하자 허 후보가 나서 "소수파는 모여봤자 소수지만 다수파는 모이면 큰 물줄기를 만든다. 불공정 행위다"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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