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찾아 대구 온 네덜란드 음악가 요한 로즈씨

"20년 음악 명성도 사랑앞에선 빛을 잃어"

▲ 25일 오전 요한 로즈 교수가 한국 민요인 아리랑을 재즈 스타일로 편곡해 아내 신효정씨에게 들려주고 있다.
▲ 25일 오전 요한 로즈 교수가 한국 민요인 아리랑을 재즈 스타일로 편곡해 아내 신효정씨에게 들려주고 있다.
▲ 2006년 데코어 클로즈 하모니 공연 당시. 요한 로즈 교수는 인기와 존경을 한몸에 받던 네덜란드 대표 지휘자로 활동했다.
▲ 2006년 데코어 클로즈 하모니 공연 당시. 요한 로즈 교수는 인기와 존경을 한몸에 받던 네덜란드 대표 지휘자로 활동했다.

네덜란드 최고 명문대학인 위트레히트(Utrecht)의 데코어 클로즈 하모니 합창단 지휘자, 유럽과 미국 일본 등 20여개 국가에서 합창 초청 공연, 7개의 정규앨범 발매….

요한 로즈(49)는 네덜란드에서 유명인사다. 그런 그가 요즘 대구시 남구 대명동 계명대 캠퍼스 인근에 작은 보금자리를 마련해 정착했다. 계명대학교 뮤직프로덕션과에 소속돼 학생들에게 재즈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이 대학 교수다. 하지만 그가 연고 하나 없는 낯선 땅 대구에 정착해 네덜란드의 모든 명성을 버린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지구 반바퀴를 돌아 만난 신효정(34·여)씨 때문이다.

그가 신씨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4년 세계합창페스티벌 공연 당시 전국 투어콘서트를 할 때였다. 당시 신씨는 네덜란드 대표 합창단으로 참석한 '데코어 클로즈 하모니'의 통역을 맡았다. 대학의 영어과 강사였던 그녀는 통역 자원봉사자로 나서 데코어 클로즈 합창단이 대구에 있는 동안 28명 합창단원들의 생활을 책임졌다. 그는 통역 당시의 그녀 모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단원들을 꼼꼼하게 챙겨주고 아껴주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며 "어쩌면 이것이 사랑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페스티벌이 끝난 후 네덜란드로 돌아간 그는 인상적인 기억을 남겼던 그녀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그 후 둘은 점점 가까워졌고 곧 사랑으로 하나가 됐다. 4년 연애 기간 동안 요한은 한국을 여덟차례나 방문했다. 그녀 역시 지구 반바퀴를 돌아 그를 향했다. 결국 요한은 네덜란드에서의 모든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행을 선택했다.

요한은 데코어 클로즈 하모니 합창단을 만든 창단 멤버이자 지휘자였다. 17년 동안 합창단을 이끌며 수많은 대회의 우승을 독차지했다. 특히 2007년엔 네덜란드 한 방송사가 주최한 서바이벌 형식의 합창대회에 출전, 4개월간 16개 최종 선발팀과 실력을 겨뤄 우승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회는 tv를 통해 생중계된 뒤 시청자들의 문자 메시지로 우승이 결정된 대회여서 그 의미가 더욱 컸다.

합창 지휘자로 명성을 얻은 그는 그동안 7개의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 재즈, 발라드, 팝, 라틴 음악 등 장르를 뛰어넘는 편곡으로 그만의 특색 있는 앨범을 만들어냈다. 지난해엔 미국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그의 앨범 발매를 제의해 녹음하기도 했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등 20여개 국가에서 합창공연을 초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신효정씨와 함께하는 지금의 한국 생활이 훨씬 좋다고 했다.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올 때 망설임은 없었어요. 효정씨와 함께할 수 있다는 행복감과 한국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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