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종이 경쟁력이다]14년 동안 칡소 키워 온 강신춘씨

뛰어난 육질 "한우 중의 한우요!"

대구에서 승용차로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영주 장수면 두전리 '소백 전통 한우'. 누런 한우들 사이로 피부색이 확 눈에 띄는 우공(牛公)들이 보였다. 황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세로로 그어진 소들이었다. 마치 호랑이를 보는 듯했다. 지금은 '희귀동물'이 된 토종 칡소였다.

현재 '소백 전통 한우' 목장에서 키우고 있는 칡소는 11마리. 전국적으로 400마리도 안되는 칡소가 이곳에서 명맥을 유지하는 데에는 강신춘(53) 소백 전통 한우 대표의 끈질긴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 "1994년쯤인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칡소를 봤어요. 저 소를 한 번 키워봐야겠다는 마음에 영주 등 전국을 누비며 칡소를 사왔지요."

칡소는 온몸에 칡덩굴과 같은 까만 무늬가 있다고 해서 칡소로 불리우며, 또 호랑이와 흡사한 모양이라고 해서 호반우라고도 일컫는다. 이같은 무늬는 유전적으로 열성이어서 칡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무늬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워낙 개체수가 적어 근친교배를 해야 하는 점도 칡소를 키우는 데 힘이 드는 요인이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강 대표는 칡소를 키우는 데 심혈을 쏟아 많을 때엔 42마리에 이르기도 했다. 또 칡소를 키우며 칡소가 가진 우수성을 직접 느끼기도 했다. "칡소는 성질이 매우 온순하고 덩치도 누런 한우에 비해 큰 편이지요. 육질도 우수하고요." 지금도 강 대표는 10여년 전에 정성껏 키웠던 칡소를 잊지 못한다. "숫놈인 칡소는 무게가 무려 1t이 넘었어요. 그런데도 성질이 온순해 코뚜레도 하지 않고 목줄만 하고 다닐 정도였어요. 그 자식들에게까지 칡소의 특징이 잘 나타나는 등 종모우로서도 훌륭했지요." 다른 사람이 싸움소로 만들기 위해 그 칡소를 사갔으나 워낙 성질이 온순해 싸움소가 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종모우 역할도 하지 못한채 도축장으로 끌려간 것이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다는 게 강 대표의 얘기다.

온순한 성질과 함께 육질이 좋은 것도 칡소가 가진 장점 가운데 하나다. "보통 누런 한우는 생후 5,6개월쯤 거세해 28개월 되면 도축 하지요. 칡소는 생후 16개월에 거세해 도축을 했는데도 모두 1등급을 받았지요. 거세를 늦게 하면 그만큼 소를 크게 키울 수 있고, 육질도 일찍 거세하는 소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맛이 좋아 임금님의 수라상에 단골로 올라갔다는 기록도 있다. 칡소의 우수성을 두고 강 대표는 "한우 중의 한우가 바로 칡소"라고 강조했다.

토종 한우인 칡소가 희귀동물이 된 데에는 정책당국의 무지와 그릇된 인식이 가장 큰 원인이 됐다. 1960년대 이후 한우개량사업이란 명목으로 색깔이 누런 소가 아니면 사육농들에게 "왜 키우느냐"며 칡소 등을 강제로 퇴출시켜 버린 것. 피부색이 황색이 아닌 칡소'흑소 등은 결국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강 대표는 "토종 한우인 칡소에 대한 애정은 고사하고 기껏 있는 칡소도 키우지 못하도록 끌고간 정책 탓에 칡소의 명맥이 끊어질 지경에 이르렀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칡소가 가진 우수성에 주목, 칡소를 키우려는 자치단체와 축산농가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 5개년에 걸쳐 칡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울릉도는 지난 3월 강 대표로부터 칡소 12마리를 구입해 갔다. 약초를 먹인 약소에 이어, 칡소로 울릉도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것. 또 충북 음성 등지의 농가 2곳에서도 칡소 3마리씩을 사갔다.

강 대표는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무턱대고 받들고 추종한 탓에 칡소처럼 우리 곁에서 사라져간 토종이 적지 않다"며 "장점을 지닌 우리 토종부터 지키고 육성하는 것이 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칡소는 덩치가 크고 육질이 좋은 등 여러모로 경쟁력이 있습니다. 칡소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우로 각광받을 날이 멀지 않다고 확신합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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