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여행(상)
독일에 도착한 순간 물가가 정말 비싸다고 느껴졌다. 환율 약세에 유로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1유로에 1천610원씩이나 주고 환전을 했는데 맥주 한잔(500cc)도 보통 3.3유로(5천300원)였다. 어쨌든 하루 한끼 정도는 현지 식사를 예상했기에 아껴 가며 쓸 수밖에….
독일 국민들이 가장 살고싶어 한다는 도시 뮌헨은 바이에른주의 최대 도시이자 독일 제3의도시이다. 대구도 제3의도시라고 아직까지 일컬으니 왠지 더욱 친근감이 느껴지는 곳이다.
첫날 우리는 바로 신 시청사로 달려갔다. 신 시청사는 19세기 후반에 지은 고딕양식 건물로 특히 청사 위 높다란 곳에 매달린 시계가 유명하다. 오후 5시가 되자 종소리가 울리면서 마치 뻐꾸기 시계처럼 사람 크기의 인형들이 춤을 추고 기사인형들은 마상시합을 벌인다. 이 광경을 보기 위해 매일 수천명씩 몰려드니 시계탑보다 더 진풍경이었다.
다음날 바이에른가의 여름궁전인 님펜부르크성을 갔다. 운 좋게도 졸업발표회를 하는지 중세 옷을 차려입고 정원에서 춤을 추고 있는 대학생 수십명의 모습을 1시간동안이나 볼 수 있었다. 오후엔 유럽 대도시에 있는 공원중 가장 크다는 영국공원을 산책한 뒤 오스트리아 짤쯔부르크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다른 나라인데도 아무 검사 없이 그것도 지방열차로 2시간 남짓만에 도착했다.
3일째, 짤쯔부르크 시내 교통 및 관광지 입장료 등을 지불할 수 있는 통합카드를 24유로에 구입해 헬부른 궁전에 갔다. 1615년에 건축된 대주교의 여름 별장인데 물의 힘을 이용한 각종 비밀장치가 이채로웠다. 식탁에 앉으면 의자 밑에서 분수가 나와 옷을 적시고 길을 거닐다가도 갑자기 옆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저녁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는 게트라이데 거리를 산책했다. 거리 곳곳 상점마다 독특하게 만들어 놓은 철제 간판이 인상적이다.
4일째, 한국인들에게 인기있는 명소로 알려진 할슈타트로 출발했다. 시골에 위치해 버스를 몇 번 갈아타길 3시간만에 동화 속 마을같은 곳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선착장 앞 식당에서 케밥을 사먹었는데 맛이 좋기는 당연하고 싸고 양도 많았다. 오후엔 세계문화유산인라는 2천500년 유래의 소금광산을 체험했다. 예전 알프스산맥이 바다속에 있다가 솟아오르면서 바닷물이 말라 소금이 생겼단다. 현지 안내원 말로는 중세에는 소금이 아주 비싸서 이 곳의 소금 판매로 벌어들인 돈이 오스트리아의 번영의 원천이었다.
5일째, 다시 뮌헨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독일 나찌의 잔재인 다하우 수용소에 갔다. 2차대전 당시 20만명 이상이 갇혔고 3만명 이상이 죽었다는 곳으로 보기만 해도 으스스했다. 수용소 규모가 웬만한 대학교 만큼 커서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가스실과 시체소각로까지 그대로 보존하고 있면서 독일인 스스로도 과거를 반성하는 듯 보였다.
6일째, 비디오아트와 상업디자인이 가득한 독일현대박물관에 들렀다. 어떤 방은 돌무더기가 가득 쌓여 있고 어떤 방은 케이블타이 수백만개로 공원을 꾸며놓고 계단 위엔 수천벌의 헌옷으로 장식해 놓은 등 정말 디자인의 보고였다. 하루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도록 기발한 상상력도 멋지지만 무엇보다도 예술인들을 우대하고 거기에서 멋진 디자인을 창조해낼 수 있는 환경이 부러울 따름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공통점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삶의 여유를 가지면서도 부지런하고도 묵묵하게 직업에 귀천 없이 즐거워하는 사람들. 잘 사는 나라이기 보단 행복한 국민 만들기에 우선인 나라,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다정다감한 직장 동료들과 언제라도 날 위해 달려올 친구들, 나의 존재 이유인 가족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제일 좋다는 생각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소태섭(32·대구 수성구 신매동)
●뮌헨의 여행팁
뮌헨은 예술의 도시이다. 오랫동안 뮌헨의 영주였고, 유럽에서도 가장 예술을 사랑했던 비테르스바흐 가문과 연관있는 화려한 건축물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중요한 것만 꼽아도 30개가 넘는다. 이만큼 미술품이나 문화재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도시는 유럽에서도 많지 않다. 따라서 미술관, 박물관 순례에 포인트를 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자기의 취향에 맞춰 감상할 미술관, 박물관 수를 알맞게 줄여 효율적인 시내관광을 한다. 추천 코스로서 시내 관광(City Sightseeing Tour)이 있는데 시립미술관, 프라우엔 교회, 레지덴츠, 국립박물관, 막시밀리아네움을 거쳐 알테 피나코테크를 돌아보고, 시청사의 특수 장치 시계 글로켄슈필 (Glockenspiel)도 가볼만하다. 그 밖에 뮌헨 나이트 투어 (Munchen by Night)로는 버스로 뮌헨의 야경을 구경하고, '바바리안 레스토랑'에서 민속음악과 포크 댄스를 감상하면서 저녁식사를 한다. 그런 다음 댄스 살롱과 나이트글럽에서 즐기는 코스가 있다.
루프트한자 부산~뮌헨 항공 스케줄
부산 출발 10:15 뮌헨 도착 17:45 (LH719) - 매주 화·금·일 출발
뮌헨 출발 11:55 부산 도착 07:40 (LH718) - 매주 월·목·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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