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종이 경쟁력이다]토종 한우 '칡소'

청도 각남면 '청도공영사업공사'에서 싸움소로 맹훈련 중인 '칠성이'. 몸무게가 무려 1.2t에 이르는 칠성이는 토종 한우인 칡소다. 한눈에 보더라도 칡소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누런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선명하고, 입 주위에 하얀 테가 뚜렷하다. 작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전국 민속 소싸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칠성이는 싸움소로 명성을 드날리기 시작한 우공이다.

올해 6살인 칠성이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두살 무렵 고령의 한 도축장으로 끌려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구조(?)됐다. 고깃소로 생을 마감할뻔한 칠성이를 싸움소로 탈바꿈시킨 사람은 청도공영사업공사 변승영(58) 반장. "싸움소로 키울만한 칡소를 찾던 중 고령 도축장에 칡소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부리나케 달려갔지요. 체형 등을 살펴보니 싸움소로 대성할 것으로 판단돼 칠성이를 데려왔지요."

칠성이는 다른 칡소들처럼 평소에는 성질이 온순하다. 그러나 소싸움장에 들어서면 강한 근성을 발휘한다. 우리 민족의 심성을 빼닮았다는 것. "전국에서 사육되고 있는 싸움소 7천마리 가운데 칠성이와 같은 칡소는 5마리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지요. 그만큼 칡소가 귀하다는 얘기이지요." 소싸움대회에 나가면 까만 줄무늬가 있는 칠성이를 보고 사람들은 신기해한다.

"낯선 모습의 칠성이를 보고 외국소로 오인하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럴 땐 '얼룩송아지' 동요를 불러주면 금방 이해를 합니다." 소싸움대회에 칠성이를 데리고 나가 칡소가 토종 한우임을 알릴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는 게 변 반장의 얘기다.

앞으로 4,5년 동안 소싸움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는 칠성이는 그 덩치부터 우람하다. 다른 소에 비해 몸무게가 200~300kg 가량 더 나간다. 끈질긴 지구력과 강한 힘이 칠성이의 장기다. 칠성이의 몸값은 1억원을 육박한다. 변 반장은 "칡소인 칠성이를 통해 토종 한우인 칡소의 존재를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 기분이 좋다"고 말을 맺었다.

#송아지 동요속 얼룩송아지는 '칡소'랍니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경주 출신 박목월 시인이 노랫말을 쓴 동요 '얼룩송아지'의 한 구절이다. 아마 이 동요를 듣는 대다수 사람들은 얼룩송아지와 그 어미인 얼룩소를 흰 바탕에 검은 점이 있는 젖소로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동요 속 얼룩소는 토종 한우인 칡소라는 게 정설이다. 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에도 칡소가 등장한다. "얼룩빼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라는 구절에 등장하는 '얼룩빼기 황소'가 바로 칡소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낯선 존재가 됐지만 칡소는 분명한 토종 한우다. 역사적으로 칡소가 이 땅에 처음 등장한 때는 고구려시대로 확인되고 있다. 서기 357년에 만들어진 고분벽화인 안악3호분에는 검정소·누렁소·얼룩소가 마구간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이 나온다. 조선 초기인 1399년 발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우마(牛馬) 수의학서 '우의방(牛醫方)'에도 칡소가 토종 한우로 등장한다. "이 소의 이마가 황색이면 기르는 주인이 기쁨과 경사가 많이 생긴다"고 서술하고 있다. 칡소의 특징 중 하나가 코 부분에 하얀 테가 있고, 이마에는 황색 털이 나는 것이다. 일반 한우와 외형만 다를뿐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을 정도로 육질이 좋다는 구전도 전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누런 한우보다 우리나라에 먼저 들어왔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1920년대 일제가 일본 화우(和牛)를 개량하기 위해 일본으로 칡소를 대량 반출하면서 '얼룩소'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1960년대 누런 소로 한우를 통일하려는 '한우개량사업'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그 수가 줄고 말았다. 지금은 희귀성 덕분에 일반 한우보다 20% 가량 높은 가격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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