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이웃 우리사회] 월말이면 나타나는 고사리손 '사랑 6총사'

대구 대성초교생들, 용돈 아껴 '쌀 채우기' 2년 넘게 개근

▲ 대성초교 여섯아이들은 매달 용돈으로 모아 산 쌀을
▲ 대성초교 여섯아이들은 매달 용돈으로 모아 산 쌀을 '사랑의 쌀 항아리'에 채우고 있다.(왼쪽부터 사공재민, 배민경, 심혜진, 김시경, 심대현 어린이)

지난달 26일 오후 대구 서구 비산4동 주민센터에 어린이 여섯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섰다. 아이들은 숨을 헐떡이며 20㎏들이 쌀포대를 뜯고는 '사랑의 쌀 항아리'에 쌀을 채웠다.

주민센터 입구에 있는 '사랑의 쌀 항아리'는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이 쌀을 가져가 끼니를 해결하도록 한 복지사업이다. 2006년 2월부터 시작됐는데 인근 대성초교생 여섯명은 그 다음달부터 2년 넘게 쌀을 내놓아 훈훈함을 주고 있다.

주인공들은 심혜진(여) 사공재민(남) 배민경(여) 김시경(남) 등 5학년 4명과 김서현(여) 심대현(남) 등 3학년 2명이다. 아이들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쌀을 구해 가져온다. 처음 혜진양의 부모가 교육적인 차원에서 권유했지만 지금은 아이들 스스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은 심부름이나 집안일을 돕고 받은 용돈을 모아 쌀을 구입한다. 혜진이는 "예전에 한 할머니께서 쌀을 가지러 오셨다가 쌀독이 비어서 그냥 돌아가신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꾸준히 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아이들은 가끔씩 모은 용돈이 모자라면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쌀을 구입할 때도 있다며 머쓱해했다. 어린 손길로 지난달까지 '사랑의 쌀 항아리'를 채운 쌀은 모두 28포대, 112만원 상당에 달한다. 아이들은 동주민센터를 지나다 쌀을 가져가시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다.

주민센터 안현희 계장은 "춥든 덥든 변함없이 찾아오는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다"고 했다. 민경이의 담임인 김성이(38) 교사는 "어른도 하기 힘든 일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게 참 기특하다. 어른인 저도 본받을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장래희망은 연예인, 의사, 만화가 등으로 다양했지만 공통점이 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하는 마음이다. 아이들은 '월드비전'(비정부국제기구)을 통해 인도의 한 어린이에게 1년 넘게 매달 2만원씩 후원하고 있다. 중학생이 돼서도 계속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아이들의 웃는 표정이 무척 밝았다.

글·사진 최영화 시민기자 chyoha6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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