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장관 3명을 교체하는 선에서 개각을 끝냈다. 한승수 총리가 물러나고 장관 5, 6명 정도가 바뀔 것이라던 일반의 예상을 대놓고 깬 소폭이다. 이럴 바에야 쇠고기 파문의 책임을 지겠다고 한 총리와 장관 15명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애초부터 물러난 농림'교육'보건 장관만 사표를 내고 말 것이지 무엇 때문에 총사퇴 카드를 들고 나와 내각을 한 달 동안 무기력하게 만들었나.
결국 내각 총사퇴는 다급한 나머지 꺼내 든 국면 회피용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국민은 내각이 총사퇴를 표명한 것을 보고 쇠고기 파동을 비롯해 정권 초기의 국정운영이 난맥상을 보인데 따른 통절한 반성쯤으로 믿었다. 이 정부에 터져 나온 국민적 실망이 인사 난조에도 원인이 있는 만큼 인적쇄신을 통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어제 개각은 그런 기대를 우습게 만들었다.
물론 이 정부가 손발을 맞춰온 장관들을 반년도 못 가 쓸어내듯 갈아치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총리를 바꾸고 장관을 대폭 교체했을 시 새로운 인물을 고르고 국회 청문회 과정을 거치고 다시 호흡을 맞추는 일이 보통 문제가 아닌 것을 모르지 않는다. 국정의 안정성과 연속성 주장도 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정권 편의적 입장일 뿐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미 맥빠진 내각의 면면으로 얼마나 정부의 신뢰와 권위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걱정인 것이다.
사실 내각 총사퇴는 국회가 정부를 운영하는 내각책임제에서나 국민에 정치적 신임을 묻는 방식이다. 우리 같이 대통령제를 하면서 전면 개각을 앞두거나 국면 돌파용으로 내각이 일괄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얄궂은 버릇이다. 거기에는 국민을 기만하려는 의도가 있다. 그런 정치 쇼는 사라져야 한다. 어쨌든 이 정부는 국민에 점수 딸 기회를 또 놓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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