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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品格의 사회로] 외과의사가 한 암환자에게 드리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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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님께서 담낭 안에 자란 혹을 수술했던 것이 지난해 5월이었지요. 간의 일부와 담낭, 담도 및 췌십이지장 절제라는 큰 수술이었습니다. 수술 후 저는 땀에 흠뻑 젖었지만 깊은 흥분과 기쁨에 젖었습니다. 종양 조직을 포함하여 완벽하게 암종이 제거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회복된다면 오랫동안 살아가실 수 있으리란 믿음을 가졌습니다.

(중략)

오늘 B님이 응급실을 통해 다시 입원했음을 알았습니다. B님은 제가 의사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 주시는 분입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란 책은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이라고 하는 병에 걸린 사회학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거기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의미 없는 생활을 하느라 바삐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아. 그들이 엉뚱한 것을 좇고 있기 때문이지, 자기의 인생을 의미 있게 살려면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위해 바쳐야 해.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헌신하고, 자신에게 의미와 목적을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헌신해야 하네.'

저는 지금 B님을 생각하며 무엇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안겨줄 선물은 별로 없습니다. 해답을 찾으려고 우리말뿐 아니라 영어와 일본말로 된 책과 논문들도 찾아 읽고 과거에 제가 수술하고 치료했던 환자들을 되새겨보곤 합니다. 아무리 보아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아침 일찍 출근할 때는 연구실 책상 앞에 앉아 성경을 읽고 묵상을 하면서 그 해답이 의학 서적이 아닌 성경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곤 합니다.

B님께서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잘 모르겠다'고 답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한번 태어나서 한번 살다 가는 것이지요. 이 세상에 햇빛을 보며 살아가시는 날 동안 항상 즐거움과 평안함이 있으시길 소원합니다.

강구정(계명의대 동산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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