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가 떠난 해외 자유여행]⑤예술과 낭만의 성지-유럽(끝)

잊어버린 꿈과 용기 되찾아 주는 마법의 공간

20여일간의 기간을 정해놓고 어떤 나라들을 둘러볼지 고민이 많았다.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은 3개국 정도만 여유롭고 자세하게 접하고 오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질보다는 양!'이라는 신조로 굳건히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오스트리아 5개국을 섭렵하기로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좀 더 많은 나라를 접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얕게나마 여러 나라를 돌아보며 유럽 내부에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고, 앞으로 유럽여행을 또 하게 되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볼 것인지에 관해 시야가 조금은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두근대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라 독일에 도착해 하루를 머물고는 곧바로 프랑스의 심장, 파리로 향했다. 내가 느낀 파리는 그야말로 '자유'라는 단어의 표본이었다. 센 강(Seine River)을 따라 흐르는 유람선들, 그 속에서 개성 있는 몸짓과 표정으로 파리투어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인종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파리지엔들의 자세, 소 개선문과 우리가 잘 아는 나폴레옹의 개선문, 그리고 신도시 '라데팡스'(La Defence)의 신 개선문까지 정확하게 8Km의 거대한 일직선을 이루는 뻥 뚫린 그 거리조차도 자유로움을 머금고 있었다. 반 고흐(Vincent Van Gogh)에서 피카소(Pablo Ruiz Picasso)에 이르는 화가들의 자궁인 몽마르뜨 언덕에서는 지금도 자유로운 그림활동이 펼쳐지고, 야외 레스토랑에서는 예술에 취한 파리지엔들과 관광객들이 어깨를 견주며 친구가 된다. 에펠탑을 가장 예쁘고 웅장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샤이오 궁의 잔디 위에서는 사람들이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의 자세로 자신만의 느낌으로 앉거나 누워서, 혹은 춤을 추면서 에펠탑을 각자의 스타일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유로운 프랑스를 지나 스위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스위스의 수도 베른(Bern)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띄는 건 주황색의 물결! 대규모의 주황색들이 거리 한복판을 점령하여 함성을 지르고, 뿔피리를 불어대며 열정의 춤사위를 벌이고 있었다. 주황색들의 등에 적혀 있는 글씨, 'HOLLAND'(네덜란드), 그리고 뒤이어 생각난 'EURO 2008'! 4년 만에 한 번씩 열린다는, 유럽에서는 월드컵보다도 더욱 열광한다는 유럽인들만의 축구 축제, EURO 2008이 열리는 시기와 내가 유럽 여행을 하는 시기가 우연히도 딱 맞아 떨어졌다. 거리에서 축구공을 뻥뻥 차 올리고, 지나가는 사람들 누구든 같이 사진을 찍고, 조국의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는 유럽인들의 모습에서 2002년 우리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계속되는 축구 열기를 안고 이탈리아를 건너 오스트리아 빈(Wien)에 도착했다. 어렸을 때 음악을 오랫동안 배웠었는데 그때 읽었던 음악의 역사에 관한 만화책에는 오스트리아의 빈이 자주 등장했다. 베토벤·모차르트·슈베르트·브람스 등의 최고의 음악가들이 등장할 때마다 그 배경은 빈이었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마음속으로 오스트리아의 빈이'음악의 도시'라는 정의를 내렸었나보다. 그랬던 그 곳을 내가 밟고 있다니! 역시 빈은 음악의 도시였다. 아니, 음악의 모태였다. 빈의 케른트너 거리(Karntnerstrasse)를 걷고 있는데 거리의 악사가 얼마나 많던지, 또 그들의 수준이 얼마나 높던지, 특히 현악 3중주를 하던 학생들을 잊을 수 없었다. 바이올린·비올라·첼로를 켜던 학생들은 그 자체가 그냥 음악이었다. 정말 행복한 미소와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의 가슴속 물결에 흠뻑 빠져 음악을 마음으로 연주하던 그 모습.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감동을 선물로 안겨준 것이 고마워 거금 5유로를 바이올린 케이스 안에 넣어주고 돌아왔다. 그곳의 공기조차 예술이고 음악이었다고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묘한 마음을 갖고 유럽 여행을 마무리 지으며 다시 한번 꼭 이곳으로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자유와 예술과 낭만의 성지 유럽! 쳇바퀴 돌 듯 따분한 일상이 지겹다면,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싶다면, 새로운 세계의 공기를 맛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유럽으로 향하라. 당신에게 잊어버렸던 꿈과 용기를 되찾아주는 마법같은 공간이 바로 여기, 유럽이기에!

이선지(24·여·대구 수성구 범어동)

●여행팁-독일 프랑크푸르트 예술 주간

매년 8~9월에는 프랑크푸르트 예술 주간으로 다양한 예술활동이 펼쳐지며, 한달 동안 여러 가지 행사가 펼쳐진다. 1월에는 국제섬유전문박람회, 2월에는 카니발, 2-3월에는 국제프랑크푸르트박람회, 7-8월 마인축제, 9월 국제프랑크푸르트박람회, 10월 국제도서박람회. 프랑크푸르트의 추천코스로는 뢰머의 옛 시청사를 중심으로 마인강 북쪽에 몰려있다. 걸어서도 충분히 관광할 수 있으며, 뢰머광장에서 시작하여 대성당·괴테하우스를 보고 마인강 남쪽에 있는 박물관들을 관람하면 하루 코스가 된다. 좀더 여유가 있다면 약 80km, 4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만하임에서 네카강을 가로지르는 320km의 고성가도를 관광하는 것이 좋다. 만하임에서뉘른베르크까지로 붉은 색조를 띄는 고성들의 모습을 보며 지나온 역사를 이해할 수 있으며, 고성가도의 하이라이트인 하이델베르그 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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