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범어동에 위치한 수성구민운동장은 밤마다 웰빙족들로 넘쳐난다. 천연 잔디축구장이라 사람 출입은 제한되지만 그 둘레를 도는 사람들의 발길은 밤마다 분주하다. 축구장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4분가량.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시계 반대방향으로 열을 지어 걷는 모습에서 운동도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 했음을 엿보게 된다.
주말에 비가 오거나 특별한 일이 있어 멀리 산행을 가지 못할 때 낮에 한 번씩 오르던 범어공원 내 산책길을 무더위가 극성이던 7일 오후 8시쯤에 걸어봤다. 수성구민운동장 뒤로 나 있는 등산길 입구엔 '천하대장군''천하여장군''수성대장군''수성여장군'등 4개의 장승이 솟대와 함께 버티고 서 있다. 솟대는 새모양의 조형물을 부착한 마을의 수호신감으로 '짐대'라고도 한다. 흔히 장승과 함께 마을 입구에 세워지는 솟대와 장승이 산 입구에 서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옆엔 '범어공원문화산책로' 조성계획을 적어놓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어린이회관'청소년체력단련장 등을 연계할 수 있도록 범어공원 산책로변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향토문화'민속'편의시설을 설치, 수성구민의 학습'휴식공간으로 제공키 위해 2000년 5월부터 연차적으로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입구 왼쪽에는 수도꼭지 10개의 약수터가 있어 아침저녁엔 약수를 뜨러오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한다. 빈 생수병을 들고와 이곳 샘물을 담아 산에 오르면서 목을 추기기엔 안성맞춤이다.
동쪽으로 나 있는 3m 너비의 흙길을 따라 200여m가량 오르면 만나는 고갯마루엔 커다란 돌 무더기가 사람들이 왕래한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길가에는 벚나무가 심어져 봄이면 꽃 터널을 지나가는 느낌이고, 여름철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고갯마루의 등나무 지붕 쉼터, 산책나온 부부가 무릎 베개를 하고 누운 모습에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동쪽 600m엔 국립대구박물관과 청소년체력단련장, 900m거리엔 나야대령비(6.25와 관련된 인도군 출신 나야 대령의 묘)가 있다는 푯말이 있다. 그 옆에는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전상렬 시비'들국화'가 세워져 있다. 남쪽으로 1km가량 가면 황금롯데캐슬파크 아파트단지가 나온다. 고갯마루 쉼터에서 일어나 오른쪽 길(남쪽)로 10여m 거리에는 시(詩)게시대와 수성구 연혁판이 설치돼 있다. 자연석으로 만든 박양균 시비(詩碑, 계절) 옆으로 도열하고 있는 시 게시대엔 이호우 시인의'개화'등 시 20개가 적혀진 각각의 나무판을 아크릴로 덮어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 잠시동안 동심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잇따라 줄을 선 수성구 연혁판은 아이들의 내고장 알기 코너로 이용해도 좋을듯 싶을 정도로 수성구 17개동의 명칭 유래를 상세히 담고 있다. 우리전통과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문답풀이도 10개 판으로 만들어져 그야말로 아이들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첫번째 문답은 "먹은 어떻게 만들었을 까요?" "소나무를 태울 때 나는 그을음을 긁어모아 이를 생선이나 쇠가죽을 고아 만든 아교풀에 반죽, 만들었습니다"이다.
산길을 따라 가로등이 50m 간격마다 서 있으니 불빛만 보고 15분가량 걸으면 황금동 롯데캐슬파크 아파트단지가 내려다 보이는 솔밭에 도착할 수 있다. 여기서 벤치에 앉아 맞는 바람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이곳까지 가는 길 옆으론 군데군데 철봉'평행봉'윗몸일으키기대'역기대'외나무다리 등 운동기구가 설치돼 있고, 그림의 여백을 채우듯 벤치도 숲속 곳곳에 마련돼 걷는 사람들의 피로함을 덜어준다. 아파트 단지로 내려가지 않고 다시 되돌아 수성구민운동장에서 올라오는 중간지점에서 왼쪽(북쪽)으로 오르락내르락 흙길을 걸어 끝까지 내려가면 범어우방그린빌 아파트 앞이다. 중간에서 오른쪽으로 오솔길로 빠지면 범어동 KBS방송국이나 을지맨션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수성구민운동장에서 국립대구박물관 롯데캐슬골드아파트, 나야대령비로 갈라지는 고갯마루에서 남쪽으로 능선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다시 북쪽 끝 대구여고 앞까지 걸리는 시간은 넉넉잡아 1시간. 산에서 범어우방그린빌 아파트쪽으로 내려 수성구청 앞 테니장 사잇길을 거쳐 대구여고 정문을 통해 동일하이빌과 유림노르웨이숲아파트 앞길로 해서 수성구민운동장까지 오는 데는 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수성구민운동장 앞 공영주자차장에 추자한 뒤 한바퀴 돌기엔 아주 좋은 곳이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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