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도 휘발유·경유값 L당 2천원 시대

"드디어 올 게 왔다" 운전자들 한숨

13일 오후 대구 중구 A주유소에서 "2만원어치만 넣어달라"며 종업원에게 V자를 그려보인 40대 운전자는 10ℓ를 채 넘어서지 않는 주유기 계기판을 바라봤다. 동승자들은 창문을 내려놓은 채 연방 부채를 부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기름값이 겁나 에어컨을 켜다 말다 하고 있다"던 운전자는 ℓ당 2천원을 넘어선 가격에 "올 게 왔구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ℓ당 38원씩 가격을 인상했지만 우리는 24원밖에 올리지 못했다"며 "다른 주유소도 곧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구도 '유가 2천원 시대'의 막이 올랐다. 대구 중구의 A주유소가 지난 12일부터 휘발유·경유 모두 ℓ당 2천19원에 판매하면서 지역에서도 드디어 심리적 마지노 선이던 2천원대를 돌파했다.

서울에서는 지난 5월 이미 ℓ당 2천원을 넘어선 주유소가 생겼지만, 대구에서 기름값이 2천원선을 넘기는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달 초 수성구 수성못 주변의 한 주유소가 ℓ당 2천원을 넘긴 가격을 내놓았지만, 장사가 시원치 않아 ℓ당 1천999원으로 내린 이후 4주 만에 다시 2천원 고비를 넘어선 것이다.

대구주유소협회 도명화 사무국장은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계속 인상하면서 이번주 중 20~30원가량의 가격 인상이 있을 것"이라며 "수성구와 중구에서는 2천원대 주유소가 더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3일(오피넷 기준) 전국 평균은 휘발유 1천947원, 경유 1천943원. 7월 둘째주를 기준으로 한 대구지역 평균은 휘발유 1천919원, 경유 1천920원으로 조금 싼 편이다.

아직까지 1천800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곳도 많다. 대구지역 320개 주유소 중 86곳(27%)이 1천800원대를 고수하고 있으며, 나머지 대다수는 1천900원대다.

지역별 가격 편차도 크다. 2천원을 넘어선 중구의 A주유소와 휘발유·경유 모두 가장 싼 1천869원에 판매하고 있는 동구 괴전동의 B주유소와의 가격차는 무려 150원. 대구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로부터 공급받는 가격은 주유소마다 비슷하지만 건물 임대료, 인근 주유소와의 경쟁관계, 서비스 수준 등에 따라 주유소가 마진폭을 조정하기 때문에 가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1~2주 간격으로 가파르게 상승하던 유가는 6월 1일 1천900원을 돌파한 이후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40여일간 1천90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계속했지만 다시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이스라엘 공군이 이라크 상공에서 비행훈련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다,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노동자들이 이번주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면서 국제유가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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