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 팽이/전원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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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독한 운동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남루한 탈을 벗고

쓰러지고 싶다

품계 밖 저만치 서서

물구나무라도 서고 싶다.

죽어도 눈감지 못할

그리움 하나 때문에

한 벌뿐인 목숨을

감아온 마디마디

이제는 문밖에 서서

가슴으로만 돌고 싶다.

풀리는 태엽으로

하루를 보내며

헛짚어 온 세월을

다시 털어 내면서

참된 내 자리에 와서

맷돌이 되고 싶다.

팽이를 쳐본 이는 압니다. 채를 놓으면 팽이는 이내 쓰러지고 만다는 것을. 가혹한 매 끝의 생존. 시인은 이를 '고독한 운동'이라 말합니다. 죽어도 눈감지 못할 그리움 때문에 한 벌뿐인 목숨을 마디마디 감아온 팽이. 또 그런 팽이와 같은 숱한 지상의 존재들.

여기서 팽이는 새로운 인식의 눈을 뜹니다. 설사 거친 땅바닥에 물구나무를 서더라도 오랜 가식의 탈을 벗으려는 게지요. 이제는 안이 아닌 밖에서, 몸이 아닌 가슴으로만 돌고 싶어서요. 헛짚어 온 시간의 더께 위에 오롯이 자리를 튼 맷돌이라도 되고 싶어서요.

싫든 좋든 우리는 모두 감아둔 태엽이 풀리는 만큼 하루를 보내고, 평생을 삽니다. 타율의 굴레 속에서 한사코 돌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 팽이. 그런 팽이가 팽이로서 타고난 운명을 거부할 때 새로운 존재의 팽이가 거꾸로 서기도 할 테지요.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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