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포를 즐기는 세상]공포를 만드는 사람들

극한 공포 뒤 카타르시스…"또 찾게 돼요"

관안에 누워있던 저승사자가 갑자기 일어나 손님들에게 공포감을 안겨준다. 코스트파티에는 손님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관안에 누워있던 저승사자가 갑자기 일어나 손님들에게 공포감을 안겨준다. 코스트파티에는 손님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지금 시각은 오후 9시. 불빛 하나 없어 사방은 칠흑처럼 어둡다. 그 어둠 속을 헤치고 안개가 스물스물 피어오른다. 들려오는 것은 이름도 알 수 없는 산새의 울음 소리와 귀곡성을 연상케하는 스산한 소리 뿐. 아름드리 나무들로 우거진 숲에는 음산한 기운마저 흐른다. 잔뜩 긴장을 하고 길을 걷는 순간 발밑에서 하얀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발목을 잡는다. "으악" 비명을 지르며 쳐다보니 머리를 산발하고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 창백한 얼굴에 입가에는 붉은 피가 흐른다. 처녀귀신을 피해 잠시 숨을 돌린 순간 이번에는 관안에 누워있던 저승사자가 벌떡 일어난다. 혼비백산한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걸음아 날 살려라"하며 현장에서 도망친다.

대구 달성 가창면 냉천리의 테마파크 '허브힐즈'. 이곳에서는 매일 밤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안겨주는 캐릭터들이 총출동, 손님들을 극한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여름밤 무더위를 단번에 날려버리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고스트파티 시즌 2.0'. 손님들이 가장 무섭다는 반응을 보이는 처녀귀신과 저승사자를 비롯해 드라큘라, 악한 백설공주, 마녀, 전사자 귀신, 해골귀신, 삐에로 귀신, 영화 '스크림'의 고스트 페이스 등이 출연한다. 허브힐즈 직원들과 아르바이트생들이 각자 30여분씩 정성껏 분장과 의상을 갖춰 입은 덕분에 낮에 봐도 섬뜩할 정도다. 피가 묻은 칼, 해골, 잘려진 팔과 다리 등 공포감을 자아내는 소도구들도 동원돼 한층 더 손님들에게 공포감을 준다.

고스트파티를 관람하는 손님들은 보통 5~7명씩 한팀을 이뤄 15분 동안 숲속을 산책하며 귀신 등 공포감을 주는 캐릭터들과 만나게 된다. 여자 손님은 10명 중 모두가, 남자 손님은 10명 중 3,4명 정도가 비명을 지를 정도다.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와 노인, 임산부 등은 아예 입장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 해에 처음 문을 연 고스트파티는 공포를 통해 더위를 쫓으려는 손님들이 많아 관람객 수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고스트파티에 처녀귀신 등으로 출연하는 이들은 손님을 놀라게 하는데 신경을 쏟고 있다. 마녀로 분장한 이채희(30·여)씨는 "분장한채 거울로 보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며 "손님들이 잠시 긴장을 늦춘 때를 골라 비명을 지르며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공포감을 주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일단 안심 시킨 후 방심한 순간을 노리는 것이 포인트라는 것. 한 20대 여성 손님은 처녀귀신을 보고 너무 놀라 땅에 퍼질러 앉아 대성통곡을 한 적도 있다.

삐에로 귀신을 맡은 한승훈(19)군은 "고3인데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다"며 "손님들이 볼 수 없도록 나무 뒤에 숨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요령"이라고 귀띔했다. 여름밤 모기에 물리며 숲 속에 엎드려 있거나 나무 뒤에 숨어 있어야 하는 등 나름대로 힘이 들어 고스트파티는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시급이 후한 편. 저승사자로 분장한 장태근(18)군도 "손님들 앞에서 나타나는 것보다는 뒤에서 갑자기 등장하는 것을 더 무서워한다"고 했다.

공포감을 안겨주는 캐릭터로 출연하다보니 꿈자리가 사납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들은 "손님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재미가 있다"며 "모기가 가장 무섭다"고. 그러나 고스트파티 아르바이트를 하던 2명은 무섭다는 이유로 도중하차를 했다는 전언. 코스트파티를 본 김세진(24·여)씨 등 손님들은 "잠시 공포에 떨지만 공포감 후에 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동안 더위가 사라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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