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공백을 마치고 진재영(31)이 돌아왔다. 섹시하고 도도한 20대의 진재영이 아닌, 모진 시련에 단단히 담금질 된 30대의 여배우로 말이다.
진재영은 SBS '달콤한 나의 도시'(극본 송혜진, 연출 박흥식)에서 철없지만 사랑스러운 서른한 살의'하재인'으로 4년 만에 브라운관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30대의 진솔한 모습을 담은 캐릭터'하재인'을 통해 진재영은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팬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제가 30대라서 그런지 공감 가는 모습이 많아요. 드라마 자체가 현실적이기도 하고요. 극 중 은수·재인·유희 세 친구가 제주도로 여행을 가요. 그 때 바다에서 자기 자신에게 외치는 장면이 있어요.'언제 철들래!'라고요. 그게 꼭 저한테 하는 말 같았다니까요."
진재영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오랫동안 자신에게 붙어있던'섹시 여배우'꼬리표도 뗄 생각이다. 영화'색즉시공'을 통해 섹시 이미지를 처음 얻었을 때에는 놀랍고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그 이미지가 길어지자 조금 짜증이 났다.
"이제는 어떤 선입견도 없이 그냥 배우 진재영으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지금은'재인'의 이미지로 비춰지고, 다음에 새로운 역할을 하면 또 다른 모습으로 봐 주셨으면 하죠. 한 가지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부담스럽지 않은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4년 전 매니저 일을 봐주던 친오빠가 돌연사하면서 전화번호도 바꾸고 모든 사람과의 연락을 끊고 지냈던 진재영이다. 살고 있는 일산 근처 산에 오르고, 운동도 하면서 그야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다. 사람이 싫어지고 사는 게 뭔지 답답하기만 했다. 지난해 난데없이 개그맨 이종규와 열애설이 났을 때에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가만히 있는 자신에 대해 세상이 마음대로 얘기를 하는 게 싫었다.
"이종규는 한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착하고 친한 동생이에요. 얼마 전에도 통화를 한걸요. 허물없이 지내다 열애설이 난 것뿐이죠. 사람을 만나기 싫어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던 시절에 또 그런 기사가 나와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종규 때문에 속이 상했던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는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답을 내리는 사람들과 세상에 실망했죠."
가뜩이나 얼어붙은 마음으로 세상을 멀리했던 진재영은 당시 사건으로 더욱 꽁꽁 자신을 숨겼다. 다시는 연기를 하지 않을 심산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살던 진재영을 브라운관에 다시 끌어낸 건 이 드라마 박흥식 감독이다. 조연출 시절인 1997년께 영화 출연자 미팅을 통해 우연히 본 진재영에게 강한 인상을 받은 박 감독은 십여년이 지난 후'하재인'의 역할을 두고 그를 떠올렸다.
박 감독은 수소문 끝에 진재영과 간신히 연락, 드라마 출연을 제안했다. 진재영은 박 감독의 러브콜에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짓고 촬영에 합류했다. 다른 배역은 이미 다 결정되고 촬영까지 고작 일주일이 남겨둔 상황이었다.'하재인'캐릭터를 연구할 시간도 없이 일주일 만에 촬영장으로 왔다.
"나를 찾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웠어요. 게다가 대본까지 재미있어 금방 OK를 했죠. 30대인 제가 연기 하기에도 적절했고요. 사실 다시 연기를 하는 게 두려웠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됐고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도 싫었고, 소문에 상처받기도 싫었죠."
매니저도 없이 촬영장에 합류한 진재영이다. 그의 드라마 합류 소식에 오랫동안 그를 매니지먼트했던 매니저가 연락을 취하려 했지만 연락처를 알지 못했다. 그의 매니저는 진재영의 미니홈피에 글을 남겨 도움을 주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이를 본 진재영이 연락을 해서 매니저를 다시 만났다. 어렵사리 드라마에 들어가고 매니저도 만나 연기에 안정을 찾았다.
"두려움이 있었지만 막상 연기를 다시 시작하니 지금은 너무 좋아요. 최강희와 문정희 등 배우도 잘 해주고요. 촬영장 분위기도 너무 좋아요. 주변 반응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오래 쉬었으니까 앞으론 쉬지 않고 연기를 할 생각입니다."
단단한 차돌멩이가 된 진재영. 본인은 20대와 달라진 게 없다고 하지만 생각과 행동, 모든 게 과거의 진재영과 많이 달랐다. 기자가 물어보기도 미안했던 오빠에 관한 일도 이제는 추억처럼 스스럼없이 말하는 그녀다. 천진난만한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20대에는 멋모르고 했던 실수나 실패를 이제 다시 반복해선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죠. 같은 상처를 받을까봐 두려워서 자기 방어적이 되기도 했죠. 스스로'더 똑똑해져야 한다'고 다짐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20대 후반에 사라져 4년만에 세상에 다시 나온 진재영은 이제 막 30대의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기 시작했다. 고민이 깊어진 만큼 연기도 깊어졌다.
1995년 데뷔, 올해로 14년차를 맞았지만 그는 요즘 신인같은 마음으로 연기 욕심을 내고 있다. 사랑은 언제 하느냐고 물었다."조금 더 연기를 한 후에 해볼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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