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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병원 '산업화 전략' 시동

블루오션 '의료관광' 잡아라

▲ 대구가
▲ 대구가 '의료관광 도시, 대구'를 꿈꾸고 있다. 아직 출발에 불과하지만 최근 외국인 단체 의료관광객의 대구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대구시가 '의료관광 도시, 대구'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관광객들의 방문도 많지 않은 대구. 다른 지역에 비해 의료자원이 풍부하다고 자부하지만 그렇다고 한국 최고 수준도 아니다. 이런 대구가 당차게 의료관광의 메카를 꿈꾸고 있다. 꿈만 꾸는 것은 아니다. 대구시가 의료관광산업 육성에 시동을 걸었다. 대구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는 외국인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대구의료' 찾는 외국인 발길 이어

지난 6월 19일 계명대 동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 외국인들이 검진용 가운을 입은 채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대구의 의료관광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온 다국적 기자단. 이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에서 18명이 대구를 방문한 것이다. 대구의 의료관광을 직접 체험하고 전 과정을 촬영해 방영할 계획이었다. 이들은 전날 대경대 패션뷰티투어, 동화사 템플 체험, 계명대 한학촌 민속체험, 소리소 뷰티아카데미 미용마사지, 우방랜드 관광을 거쳐 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것이다. 검진을 마친 뒤에는 인근 덕영치과병원을 방문, 치아 검진과 치아를 하얗게 해 주는 '미백치료'를 체험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들이 취재한 내용은 위성 TV 등을 통해 중동, 아프리카 전역에 방송돼 적어도 50억원 이상의 홍보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의료관광을 위한 외국인들의 발길이 대구로 이어지고 있다. 동남아, 중국에 이어 중동, 아프리카에서까지 의료관광객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가 외국의 단체 의료관광객을 처음 유치한 것은 지난 2월 25일. LG전자(구미)의 도움으로 필리핀 딜러 18명, 알제리 기자단 11명이 대구를 찾았다. 3월 30일엔 성형수술과 상담을 받기 위해 중국인 16명이 중구 요셉성형외과를 방문했다. 이들 가운데 의사도 포함돼 있었다. 대구시는 올해 말까지 400여명의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시의 육성 전략

대구시가 의료관광 활성화에 나선 것은 지난해 11월. 당시 시가 의료관광에 참여할 사업자로 경북대병원(모발센터), 영남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건강검진),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한방 등 의료기관과 여행사 등 31곳을 모집했다. 현재는 37곳으로 늘었다. 대구시 정덕수 의료관광 담당 사무관은 "의료기관과 여행사와 함께 모발이식, 미용성형수술, 건강검진, 한방치료 등 경쟁력 있는 의료관광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 해외 교포,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부유층을 타깃마켓으로 설정해 마케팅 전략을 펼칠 생각이다"고 했다. 시는 10월에는 영어, 일어, 중국어로 된 '다국적 의료관광 홈페이지'를 개설할 예정이다. 의료관광 전문 코디네이터도 육성해 현장에 투입한다. 시는 1인당 교육비 120만원을 지원해 3개월 과정으로 연말까지 총 50명의 인력(의료관광 참여 의료기관 근무자)을 교육시켜 해당 의료기관에 배치할 계획이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인 경북대병원의 모발이식 분야를 앞세워 탈모비율이 높은 일본의 중상위층을 공략하기로 하고 일본과 접촉을 추진하고 있다. 요르단을 중동의 거점지역으로 설정해 요르단 암만시와 자매결연을 체결키로 했으며, 오는 10월 국왕부부를 대구에 초청, 이벤트를 벌일 예정이다. 지역의 체육 관련 인프라와 한방분야를 접목해 2008베이징올림픽 외국 선수단 전지훈련 초청 프로그램을 마련해 70여개 나라에 홍보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국 대(영)사관을 통한 비자발급 간소화, 진료 후 24시간 이내 진료 결과를 통보할 수 있는 영문 전산시스템 구축, 다국적 안내판 설치, 외국계 의사 배치 등 다양한 지원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의료관광 필요성과 과제

의료관광은 의료서비스와 휴양 및 여가 등 관광활동이 결합된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의료서비스산업은 부가가치(투입/산출) 비율이 48.7%로 제조업(27.4%)보다 훨씬 높다. 의료관광은 의료서비스 뿐만 아니라 호텔, 여행, 요식업 등 다른 서비스업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전후방연관효과가 큰 산업이다. 그래서 정부는 물론 서울, 부산 같은 다른 지자체들도 의료관광육성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태국, 인도 등 여러 국가들이 산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의료관광을 주요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의료서비스는 의료관광에 뛰어들 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의료계 안팎의 분석. 대한의학회는 국내 의료수준이 미국의 76%, 일본의 85%라고 평가하고 있다. 반면 병원비는 미국, 일본에 비해 적게는 10~30%, 많게는 절반 수준이다. 특히 대구는 모발이식,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영역, 위암이나 조혈모세포 및 신장 등 각종 이식수술 등에서 국내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관광 도시, 대구'가 성공하려면 과제들이 많다. 비자 발급 절차의 간소화, 보험 적용 및 의료사고 대응 시스템 구축, 눈길 끌 만한 의료관광 상품 개발 등이 그렇다. 그동안 대구를 찾은 외국인 단체 의료관광객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협조 아래 이뤄진 '작품'이다. 물론 우물에서 물을 퍼올리기 위해선 마중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장기 전략없이 단기적 전시효과를 겨냥한 사업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구는 대외적으로 관광이나 의료도시로 인지도가 턱없이 낮다. 도시 브랜드에서는 서울과 부산보다 뒤처지는 것도 사실이다. 의료관광사업에 참여 중인 한 여행사 대표는 "대구가 서울보다 관광이나 의료분야의 인지도에서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며 "의료관광을 육성하려면 눈앞의 성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홍보와 대구만의 특화된 상품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연구원 박민규 전문연구원은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다른 국가나 도시보다 가격이나 품질, 둘 가운데 하나라도 국내외 다른 도시보다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며 "대구가 다른 도시에 비해 차별화됐거나 특화가 가능한 분야는 모발이식과 양한방협진 등이며, 이들 분야로 의료관광사업을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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