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진 못해도 열심히 했습니다. 주위 분들이 예쁘게 봐주셨는지 '특진'이라는 게 찾아왔네요."
23일 대구경찰청이 발표한 특별진급자 5명 가운데 '경찰아줌마'로 불리는 대구 북부경찰서 동천지구대 김명덕(38) 순경이 포함돼 있었다.
김 순경은 특별채용으로 경찰에 발을 디딘 지 2년여 만에 경장으로 진급하게 됐다. 보통 순경에 입문해 2년이 지나야 승진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지고, 승진시험 외에 속칭 '자연 승진'까지는 7년 정도 걸린다. 김씨가 주목받는 것은 진급속도 때문만은 아니다. 김씨는 2004년 11월 모자 연쇄 주택방화범이 휘두른 흉기에 유명을 달리한 고 김상래 경사의 부인이다. 요리를 전공하고 결혼 후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던 그녀가 '거친 세계', 경찰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특별승진 발표가 있던 23일, 동천지구대 직원들은 당연한 일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료들이 축하 인사를 건네는 와중에도 김 순경은 폭주족 관련 오토바이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장영기 동천지구대장은 "똑부러지게 일을 잘하기 때문에 토를 달 것도 없다"며 "관내 노인들과 학생들에게도 '경찰아줌마'로 인기가 많다"고 했다.
김 순경은 남편을 잃은 후 대형면허 1종까지 따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2005년 9월 30일 순경으로 임용돼 지금까지 북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경찰에서 나의 잠재력을 끄집어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주부로만 살아오다 경찰이 됐습니다. 내게 주어진 임무였고 적응해야 했어요. 제복을 입은 제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들을 조금씩 실천하고 있을 뿐이죠."
처음 지구대에 근무했을 때 술취한 사람들의 욕설이 싫어 귀를 막고 지구대 바깥으로 나가기도 했다. 예전에는 사람들 앞에 서서 얘기해본 적도 없었지만 지금은 보이스피싱에 주의해 달라며 노인들 앞에서 설명도 술술 하고, 취객들의 몸부림을 받아주기도 한다. 그는 "'경찰아줌마~'라며 달려와 인사하는 딸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일곱살짜리 딸아이의 아침을 챙겨주고 부리나케 지구대로 출근, 밤새 일어난 사건을 챙기며 적용한 형법 조항들을 살피고 공부한다는 김 순경은 "난생 처음 보는 법전이 낯설었지만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가 아직까지 적응하지 못하는 게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조금이라도 다쳐 돌아올 때면 오금이 저린다고 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경찰을 왜 때리는지…." 김 순경이 내쉰 한숨에는 하늘나라에 간 남편의 잔영이 묻어 있는 듯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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