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필귀정] 여전히 외로운 섬 독도

분쟁때마다 즉흥 대응 안될 말/정부도 글로벌마인드 키워야

외로운 섬 '독도'를 두고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실효적 지배를 이유로 '조용한 외교'를 강조하던 정부가 독도 해상에서 때 아닌 방어훈련을 벌이고 국무총리가 '독도는 우리 땅' 표지석을 설치한다며 독도를 찾아 나섰다. 한편에선 일본까지 찾아가 '독도는 우리 땅'이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언론은 독도를 둘러싼 한'일 해군력을 비교하는 선정적 보도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상황으로 보면 독도는 분명 이름과는 달리 외로운 섬이 아니다.

그래도 독도는 외롭다. 지난 2005년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일본 후쇼사의 공민 교과서가 '독도가 그들의 고유영토'라고 썼을 때다. 당시에도 격렬한 시위가 잇따랐다. 모든 국민이 나서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외쳤다. 정부가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겠다'며 각종 대책들을 쏟아낸 것도 지금과 다름없다.

3년이 흐른 지금 독도에 대한 청천벽력같은 소식들만 잇따르고 있다. 독도를 한국령으로 표시해오던 미국 지명위원회(BGN)가 지난주 슬그머니 주권미지정으로 변경했던 사실도 그 한 예다. 방한을 앞둔 부시 대통령에 의해 바로잡히긴 했으나 독도가 아닌 리앙쿠르암이긴 마찬가지다. 이마저 독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더라면 묻혀 넘어갔을 것이다. 반크에 따르면 독도를 리앙쿠르암으로 표기한 웹사이트는 지난 2005년 10월 2만 2천개서 올 7월 현재 8만 8천500개로 4배 급증했다. 2005년 이후 국제적으로 독도라는 지명이 사라지는 대신 리앙쿠르 암이라는 명칭이 급속히 확산된 것이다. 머리띠를 두르고 혈서까지 써가며 그토록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외쳤건만 국제 사회는 거꾸로 움직였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일본은 은근하고 지속적이다. 일본 교과서의 독도관련 기술이 해가 갈수록 도를 더해 가는데서 알 수 있듯 일본은 치밀한 시나리오에 따라 치고 빠진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를 움직인다. 변죽을 울려 복판을 향하는 전략이다. 독도가 리앙쿠르암으로 바뀌고 동해가 아닌 일본해가 국제 표준어가 되어간 것도 다 그런 장기 전략의 결과로 봄이 마땅하다.

일본은 도발을 하면서 한국에 늘 냉정한 대응을 주문한다. 뺨을 때려놓고도 가만히 있으라니 결국 가만히 있지 말라는 이야기다. 냉정해서는 그들이 얻고자 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 그러니 시끄럽게 굴어달라는 주문을 역설한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는 일본의 속셈에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일본대사관에 찾아가 시위를 벌이고 혈서를 쓴다. 시위가 격렬할수록 외신도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를 보는 외국인들은 국민의 바람처럼 '아! 독도가 한국 땅이구나'하는 것이 아니라 '아! 독도는 영토분쟁지역이구나' 한다. 최근 모 가수가 미 뉴욕 타임스에 '독도는 한국령'이라는 광고를 내 화제를 모았지만 즉흥적이다. 누가 자기 집을 두고 신문에다 우리 집이라고 광고를 낼 것인가! 만일 그런 광고를 본다면 독자들은 '집 주인이 그 사람이구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 분명 문제가 있는 모양이군'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광고까지 내가며 '내 집을 내 집'이라고 알릴 어리석은 이는 없다.

그래서 국민도, 정부도 독도문제에 있어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로부터 독도를 '한국령 독도'로 인정받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서는 머리에 띠를 두르는 것보다 글로벌 시각을 갖추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보다 많은 국제법적 근거 확보를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일본해를 동해로 바꾸기 위한 노력도 국제사회를 위한 외침이 되어야지 '우리끼리'로는 통하지 않는다. 정부관계자나 학자들은 좋은 사료를 찾아 전 세계를 뒤지고 다녀야 한다. 이를 연구하고 영문으로 논문을 써 국제사회에 알려야 한다.

밖으로는 많은 국제법적 준거를 확보하고 안으로는 울릉도와 독도를 연계하는 국제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것도 좋다. 확실한 독도 유인도화 방안을 마련하고 독도를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이뤄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독도는 잠시라도 외롭게 버려두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섬이다.

정창룡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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