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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경북의 여름 비경] 경주 안압지 주변

▲ 경주 안압지 주변에 조성된 연밭에서 연꽃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경주 안압지 주변에 조성된 연밭에서 연꽃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유난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올 여름 경북 동해안에는 500여만명의 피서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얇아진 지갑 탓에 여름 해외여행이 주춤해진 영향도 없지 않겠지만 아무튼 사상 최대 규모가 될 듯하다.

동해안 상인들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경북 동해안을 찾는 피서객들에게 꼭 한번 들러 보기를 권하고 싶은 곳이 있다.

경주 반월성과 안압지 주변이다. 지금 이곳에는 6만여포기의 연꽃과 황화 코스모스가 만발해 있다. 반월성 앞 수만여㎡위에 흐드러지게 핀 황화 코스모스는 미리 가을을 만난 듯하고 바람이 불면 마치 황금 물결이 넘실대는 것 같다. 꽃밭 사이로 오솔길과 산책로를 걸으면, 그 빛깔과 향기에 취해 한여름 더위도 잠시 잊게 된다.

가족, 연인과 함께 온 여행객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기도 하다. 마치 동화 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드넓은 오렌지 빛 물결이 일렁이는 꽃길을 따라 걷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연꽃은 더욱 장관이다. 중국 송나라 대학자 주무숙(周茂叔)은 연꽃을 두고 '꽃 가운데 군자'라고 찬양하며 "내가 오직 연을 사랑함은 진흙 속에서 났지만 거기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늘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으며 그윽한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그의 높은 품격은 누구도 업신여기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곳의 연밭은 10만여㎡로 규모면에서 다른 지역의 연밭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연꽃도 가지각색이다. 강렬한 태양빛을 반사하는 백련의 자태는 눈부시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하고, 홍련은 수줍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황련은 무리를 지어 피었지만 요란스럽지 않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하다.

연밭을 가로질러 있는 산책길을 걸으면 연꽃 향기가 온 몸에 배어드는 것 같다. 산책길 중간중간의 징검다리 돌 또한 운치를 더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다만 연꽃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 제대로 볼 수 있다. 그 이외의 시간에는 오므리는 특성이 있어서다. 전국에서 몰려든 사진작가들과 동호인들이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모습은 또 다른 볼거리로 다가온다.

시간이 더 허락한다면 안압지 길 건너에 있는 경주국립박물관을 찾아 신라 천년의 숨결을 느껴보거나, 반월성과 계림 숲 속을 거닐어 보는 것도 괜찮다. 모두가 천년 고도 경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다. '경주는 여름도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여행정보=반월성과 안압지 인근에 경주에서 유명한 식당이 많다. 구로쌈(054-749-0600)과 한정식 원풍식당 (054-771-4433)은 첨성대 건너편에 있고, 막걸리 한 사발에 도토리 묵, 보리밥을 곁들일 수 있는 숙영식당(054-772-5589)은 대릉원과 천마총 사이에 있다. 경주에 오는 외지인들이 가장 경주다운 음식이라며 자주 찾는 도솔마을(054-748-9232)은 천마총 옆 골목길에 있다. '경주 최부자집 한정식'으로 알려진 교촌 요석궁(054-741-3348)도 들러 볼 만하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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