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제(축제)를 앞둔 일본의 어느 고등학교. 문화제의 마지막을 장식해야 할 학교 밴드는 멤버간 다툼과 불의의 사고로 달랑 3명만 남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인 유학생 송(배두나)을 보컬로 영입하게 되지만, 3일밖에 남지 않은 시간동안 제대로 된 연습이라도 할 수 있을지….
독도 문제로 한·일 양국이 시끄럽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의 우정은 과연 이뤄질 수 없는 백일몽인가? 양국의 영화계에서도 이런 명제에 관한 탐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21세기 들어 한국에서는 '순애보(2000)''2009 로스트 메모리즈(2001)', 일본에서는'고(GO, 2001)''박치기(パッチギ!:We Shall Overcome Someday, 2004)'같은 영화들이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한 탐구를 시도했지만, 현실의 커다란 벽을 인식한 것 말고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러던 2005년'일본 영화의 미래'라는 극찬을 들어온 야마시타 노부히로(山下敦弘) 감독이 자신의 첫 상업영화'린다 린다 린다'를 난데없이 들고 나타났다. 일본의 전설적인 펑크록 밴드'블루 하츠(The Blue Hearts)'의 1986년도 히트곡'린다 린다'에서 제목을 따온'린다 린다 린다'는 급조된 펑크록 밴드'파란마음'이 겪는 3일간의 일상을 담담한 시선으로 따라가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플란더스의 개'를 본 뒤 배두나의 출연을 위해 각본을 뜯어고칠 정도로 열정을 보인 노부히로 감독은 세계인의 공통 언어'음악'을 통해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소녀들의 우정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스윙걸즈''나나'등의 일본산 음악 영화들이 시끌벅적한 청춘의 꿈을 다루었다면, '린다 린다 린다'는 심심할 정도로 무미건조한 영상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담담한 시선의 마지막엔'파란마음'밴드의 폭발적인 공연을 보여주며 이들의 열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준다.
전설적인 얼터너티브 록 밴드'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기타리스트였던 제임스 이하(James Iha)가 음악을 맡은 영화'린다 린다 린다'는 귀여운 노조미 역할을 소화했던 세키네 시오리가 실제 록 밴드인 베이스볼베어(Base Ball Bear)의 베이시스트일 정도로 어설픈 펑크록 밴드를 소재로 한'진짜'음악영화이다.
영화에서 가장 개성있는 배역인 한국인 유학생'송'을 연기한 배두나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배두나의 필모그라피 중에서 그녀만의 매력이 넘치는 영화라면 바로'린다 린다 린다'가 꼽힐 것이다. 커다란 눈망울의 3차원적 표정을 한 채 얼마없는 대사로도 모든 것을 표현하는 그녀의 연기는 최고로 불릴 만하다.
DVD의 구성은 단출하다. 2.0채널만으로 이뤄진 음성트랙은 공간감의 과장 없이 꽤 빡빡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졸업을 앞둔 여고생에 대한 시선을 풍부한 색감의 영상으로 보여준다. 감독인 야마시타 노부히로와 각본을 담당한 무카이 코스케(向井康介)가 참여한 음성해설이 영화의 이해에 많은 참고가 되며, 메이킹 필름과'파란마음'의 Live 공연 영상 등이 영화의 감흥을 적절히 연장시켜준다.
하지만, 출시한지 2년이 지난'린다 린다 린다'의 DVD는 말 그대로'보물찾기'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쉽다. 다행히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최근 작품인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天然コケッコ)'은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8월부터 만나 볼 수 있다.
김경덕(인터넷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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