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복 63돌…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최규수 옹의 상처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정부 보상 살아서 받을 수 있을지…"

▲ 일제강점기 때 3년 6개월간 일본 요코야마에서 강제 징용생활을 한 최규수 할아버지가 공장 주변지도까지 그려가며 생사를 넘나들었던 그 당시를 회고하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 일제강점기 때 3년 6개월간 일본 요코야마에서 강제 징용생활을 한 최규수 할아버지가 공장 주변지도까지 그려가며 생사를 넘나들었던 그 당시를 회고하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최규수(83·대구 동구 도동) 할아버지에게 젊은 시절 일본에서 보냈던 3년 6개월의 징용 생활은 '악몽'이었다. 17세이던 1944년 9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일본 요코하마의 제철·조선공장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다. 6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는 당시 공장 주변 지도까지 상세하게 그릴 정도로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나라 잃은 설움이 어떤 건지 우리 세대는 잘 압니다. 매년 찾아오는 광복절이 감격스럽지요."

◆아직도 가슴 아픈 광복절

최 할아버지처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가 특별법까지 만들었지만 이들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2004년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전국에서 22만8천여명이 피해신고를 했지만, 이 중 8만5천여명만 '피해사실을 인정한다'는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최 할아버지는 정부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강제 징용을 보상해준다고 그런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한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받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부 보상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이들도 적잖다. 7개월간 강제노역 생활로 평생을 심장 이상과 물 공포증 등에 시달려온 도계환(84·남구 봉덕동) 할아버지. 도 할아버지는 결국 정부 보상은커녕 자신의 명예가 회복됐다는 소식조차 듣지 못한 채 지난해 6월 사망했다. 2005년 5월 서류를 접수한 지 2년 6개월 만이었다.

도 할아버지는 보상 신청서에 "1945년 2월 일본 니혼바의 한 부대로 강제징용돼 차라리 죽는 편이 나을 정도의 혹독한 훈련을 견뎌냈으며, 돌아올 때는 거센 풍랑에 배가 휘말려 죽음 직전의 고초를 겪었다"고 적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정부의 보상작업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대상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피해사실 인정'과 '보상' 업무가 별도로 진행되면서 피해자들은 오는 9월부터 2010년 6월 10일까지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에 또 한번 신고해야 겨우 보상을 기대할 수 있다.

강제 징용자들은 지난 2005년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지고 3차례에 걸쳐 피해신고 접수를 진행하면서 보상 희망을 가졌지만, 아직까지 연락받지 못한 이들이 태반.

대구에서는 5천649명이 신청해 2천773명(49%)이 결과를 통보받았으며, 경북에서는 2만4천200명이 신청해 이 중 8천156명(33%)만 정부로부터 피해사실을 인정받았다. 나머지는 아직도 심의가 진행중이다. 그러나 대부분 대상자가 80대 이상의 고령인 탓에 심의가 늦어지는 사이 사망·건강문제로 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고 피해사실을 증명해 줄 동년배의 증인들도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그들의 '진정한' 광복은 언제쯤 이뤄질까.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2007년 12월 제정. 1938년 4월 1일부터 1945년 8월 15일 사이의 일제 강제징용자 중 해외에서 사망·행방불명된 사람의 유족에게는 1인당 2천만원의 위로금, 부상자는 장애정도에 따라 1인당 300만~2천만원, 급료 등 미수금 피해자는 당시 1엔을 대한민국 통화 2천원으로 환산해 지급한다. 생존자 의료지원금은 1인당 연간 80만원이다. 2004년 제정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은 진상 규명 및 피해사실 인정 등을, 이 법은 피해자에 대한 지원 등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대구·광주 지역에서는 군 공항 이전 사업을 국가 주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광주 군민간공항이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하기로 합의...
대구 중구 대신동 서문시장의 4지구 재건축 시공사가 동신건설로 확정되면서 9년여 만에 사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조합은 17일 대의원회를 통해 ...
방송인 박나래의 전 남자친구 A씨가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해 경찰에 제출한 혐의로 고발되었으며, 경찰은 사실관계를 조사 중이다. 이와 함께 경...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