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소리/박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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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필 때

어떤 소리가 나는데

우리는 듣지 못 한다

멀리서 별과 별이

부딪칠 때도 소리가 나는데

그것도 듣지 못 한다

가끔 개가 듣고 짖는다

과일이 다 익어서

떨어질 때도

소리가 난다

이제 됐다

너 혼자 살아라

예전에 내가

어떤 여자가 헤어질 때도

소리가 났다

이제 됐다

각자 살자

눈빛에서 소리가 났다

그녀가 키우던 개가

그 소리를 들었는데

못 들은 척하고

잠잠했다

한 감각에 집중하면 다른 감각이 활동을 정지한다. 다르게 말하면, 눈을 감으면 귀가 열린다. 귀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 꽃잎이 열리는 소리, 나뭇잎 입술 비비는 소리, 돌멩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다. 그런데 눈빛에서 소리가 난다니?

결별을 선언하는 사람의 눈빛이 얼마나 서슬 퍼렇겠는가. 그 눈빛에는 과연 별과 별이 부딪치는 소리가 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시의 매력은 능청스런 어법에 있으니 크나큰 절망감을 감추고 엉뚱하게 개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수법이 그것이다. 과연 지독하게 아픈 상처에는 시멘트 포장이 최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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