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신세대 트로트 왕자 박현빈

'샤방샤방''빠라빠빠''곤드레만드레''오빠만 믿어'등 수많은 히트곡만 살펴보면 신세대 트로트 왕자 박현빈(26)이 꽤 오랫동안 가수생활을 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박현빈은 사실 2006년부터 가수 생활을 해 이제 고작 데뷔 2년을 맞은 새내기 가수다. 짧은 시간동안 박현빈은 귀에 쏙 들어오는 트로트 곡으로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만큼 박현빈은 데뷔 이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며 바쁘게 가수 생활을 해 왔다는 얘기다. 데뷔 후 단 일주일도 제대로 쉬지 않고 지금까지 달렸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팬들과 만나다보니 한 달 기름값만 500여만원이 든다.

부지런한 가수 박현빈이 새 앨범'샤방샤방'까지 내놨다. 지난 3월 디지털 싱글로 공개돼 많은 사랑을 받은'샤방샤방'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12곡의 새 노래가 담긴 2집 정규 음반을 낸 것이다. 박현빈이 으레 그랬듯, 음반에는 신나고 흥겨운 노래들이 가득 담겨 팬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특히 여름철에 듣기에 안성맞춤이다.

"댄스트로트가 주로 담겼어요. 저만 부를 수 있는 트로트곡들이죠.'샤방샤방'이나'오빠만 믿어''헤벌레'같이 젊은 세대의 톡톡 튀는 사랑 얘기는 젊은 나이의 남자 트로트 가수가 아니면 어울리지 않는 노래들이에요."

신곡들은 저돌적인 제목으로도 눈길을 끈다.'돌아버리지''땡겨''끓는다 끓어'등 노래는 제목만 들어도 어떤 노래일지 느낌이 온다.

신곡들은 트로트를 기본으로 했지만 여러 장르의 리듬을 가미해 듣는 재미를 줬다.'엄마는 몰라요'는 폴카 리듬이 접목된 맘보 곡이고, '모래시계'는 홍콩 느와르 영화에 삽입된 OST느낌이 풍기는 스케일이 큰 발라드 트로트곡이다.'땡겨'와 '헤벌레'는 록앤롤 스타일로 변주를 줬다.'남자이니까'는 스윙재즈와 라틴 리듬에 트로트가 가미된 퓨전 트로트곡이다.

트로트로 다양한 시도를 한 박현빈 덕분일까. 최근 가요 팬들의 트로트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아이돌 그룹인 '슈퍼주니어'와 '빅뱅'의 멤버 대성, 소녀시대까지 트로트곡을 취입할 정도로 신세대들에게 사랑받는 장르가 됐다. 박현빈 역시"트로트에 대한 고정관념이 많이 바뀐 것 같아 기분 좋다"고 흐뭇하게 웃는다.

"데뷔할 때에는 소외감도 많이 느꼈어요.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다른 가수들이 전 트로트 가수라고 라이벌로도 안 보는 거예요. 잘되든 못되든 상관 안하겠다는 분위기였죠. 음악프로그램에 나가도 반응이 싸늘했고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하기 힘들었어요. 저 역시 스트레스와 두려움이 많았죠."

그랬던 박현빈이 지금은'오빠'소리를 듣는 신세대 트로트 가수로 인기를 떨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단골로 출연하며, 끼를 발산하고 있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팬 연령층이 많이 어려졌습니다. 이젠 젊은 나이에 트로트를 부른다는 데에 강한 책임감을 느껴요. 아이돌 스타들이 트로트를 이벤트성으로 부르는 것도 다 트로트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인식이 달라졌기 때문인지 저 역시 방송출연이 편하고 자연스러워요. 그러니까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더 많이 찾아 주시고요."

SG워너비와 성시경 등 발라드 가수는 자신의 콘서트에서 박현빈의 노래를 단골로 부르며, 이미지 변신을 한다. 그만큼 가수들에게도 박현빈의 노래가 사랑을 받는 레퍼토리다.

"SG워너비가 '샤방샤방'을 부르는 것을 들어봤는데 그 조차 너무 감미롭던데요.(웃음) 성시경씨 무대는 아쉽게도 보지 못했는데 굉장히 궁금해요. 여러 가수들이 제 노래를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제 노래가 발라드 가수들에게는 이미지 변신하는데 좋은 수단인가 봐요."

2006년 월드컵에서 그의 노래 '빠라빠빠'가 신나는 응원곡으로 쓰였듯,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샤방샤방'이 여기저기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여기서 박현빈이 제안하는 팁 하나. '샤방샤방'의 후렴구인 '아주 그냥 죽여줘요'를 '대한민국! 죽여줘요'로 바꾸면 신나는 '샤방샤방' 응원가가 탄생한다.

추계예대 성악과를 졸업해 성악도의 길을 걷다 트로트 가수가 된 박현빈. 형은 독일 오페라 전문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부친은 색소폰 연주자이고 어머니는 주부노래교실 강사다. 말 그대로 음악가족이다.

음악적 기반이 튼튼한 가수라 트로트 가수가 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종종 받는다. 그러나 박현빈은 이 길을 택한 것을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주변에서는"이제 트로트로 떴으니 원래 하고 싶은 노래를 하라"고도 한다. 그러나 박현빈은 "원래 하고 싶은 노래가 트로트였다"고 말하는 당당한 트로트 가수다. 지방의 작은 무대라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박현빈이다.

"전 작은 무대든 큰 무대든 당연히 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제가 지방의 라디오 공개방송이나 작은 축제무대에 서면 주변에서 이상하게도 보시더라고요. 꼭 돈을 벌겠다는 목적보다는 좋은 노래를 많은 분들이 함께 듣고 즐기셨으면 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트로트가 얼마나 좋은 장르인지 더 많은 분들에게 열심히 알릴 겁니다."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은 박현빈은 요즘 하루가 48시간이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쁜 삶을 살고 있다. 21세 때 공군 군악대로 군대도 이미 다녀왔다. 연애는 조금 있다가 할 생각이란다. 팬들은 그냥, 박현빈의 노래를 신나고 즐겁게 듣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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