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한창 낮에도 선풍기가 필요할 정도로 덥지는 않다. '이제 정말 여름이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나긴 여름방학을 끝내고 개학을 했다. 개학날 첫 날,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는 아이가 큰 소리로 "학교에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동안 보지 못한 반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설레는 모양이다. 점심 때쯤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무척 신나는 표정으로 학교에 잘 다녀왔다고 했다. 그런 아이에게 맞장구를 칠 요량으로 즐거운 2학기를 보내자고 함께 "화이팅"을 외쳤다.
개학을 한지 며칠이 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여름방학을 돌아보며 정리를 해봤다. 방학을 시작할 무렵엔 막연하고 걱정스럽기만 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아이의 첫 방학을 잘 보낸 것 같다. 하루 일과를 몇 시에서 몇 시까지, 또 무엇을 꼭 해야 한다는 식으로 너무 세부적으로 정하지 않고 간단한 몇가지 규칙을 정해 자유롭게 보낸 것이 정말 잘 한 듯 싶다. 우리 일과표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방학이라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늘어지기 쉬운 더운 여름이라 일어나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꼭 지키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이든 겨울방학이든 규칙적인 생활을 함에 있어 이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덕분에 개학날 아침에도 아이는 무리없이 일어날 수 있었다.
둘째, 1학기 동안 학습지를 하면서 모아 두었던 문제풀이를 매일 조금씩 했다. 아이가 단순한 단답 계산은 잘 해도 문제를 읽고 거기에 맞는 답을 찾는 것을 어려워 했다. 읽기만 하면 답이 나오는 그런 문제를 답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등등. 문제 풀이를 하면서 아이가 문제풀이 요령도 부족하지만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원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감안해 정확한 답을 요구하기보다는 생각을 폭넓게 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며칠 전에 아이가 학교에서 수학 쪽지 시험을 쳤는데 너무 쉬웠다며 시험지를 보여주었다. 그 동안의 공부가 효과가 있었는지 거의 실수가 없었다. 문제를 푸는데도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
셋째, 학기 중보다 좀 더 많은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는 스스로 읽는 것보다 읽어 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과거보다 아이들에게 책을 더 읽어주니 요즘 아이들이 듣기능력은 좋은 것 같다. 담임 선생님도 방학동안 권장도서목록을 적어줘 그 책들 위주로 꼭 읽어주려고 애썼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의 에피소드'나 '우리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 등 정말 좋은 책들이 많았다. 아이와 함께 이 책들을 읽으면서 더불어 사는 가슴 따뜻한 느낌을 공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첫 방학을 잘 보낸 것 같아 앞으로의 방학도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다가오는 가을엔 아이가 지난 여름방학 미술학원에서 예쁘게 만들어온 빨간 우체통에 우리들만의 편지를 주고 받을까 한다.
천연정(동변초교 1학년 정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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