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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 이름 수난/제갈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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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짓고 호 짓고 아명 짓고 택호 따로

사람 이름 소중하던 시절이 있었느니

어느 국회의원 세련된 연하장에 '도갈태일' 자유시인 증정시집엔 '제갈태일' 시조문학 목차에는 '비갈태일' 혀 꼬부라진 소주잔 건네주며 '갈'선생 오늘 받은 증정시집엔 '태일'님 연간집 이름 난엔 끝자가 달아나고 동사무소 여직원은 '갈태'씨, 아무러면 어떤가? 썰물 같은 세상

오늘은 후레자식 거동같이

비실비실 가을비가 온다

이쯤 되면 딴은 수난일시 분명합니다. '이름 석 자'라는 고정관념 탓에 특이 성씨의 정체성은 여지없이 구겨집니다. 그래도 그렇지, '도갈태일'에 '갈태'씨라니! 의외로운 것은 그런 이름의 수난사를 사설시조 내림의 해학정신으로 풀어냈다는 사실입니다.

자와 호·아명과 택호가 따로 있던 시절, 이름은 운명을 가늠하는 척도이기도 했습니다. 신분 자체가 숙명이요 세습이니, 그 신분의 포장지에 대한 집착이 각별할 수밖에요. 그러나 그런 시절에도 마당쇠·돌쇠 같은 이름이 갖는 의미는 아주 딴판입니다. 그건 다만 하나의 구실일 뿐, 이름이되 이름이라 하기엔 좀 뭣해서요.

이 작품의 참모습은 화자의 시선에 가득한 냉소에 있습니다. 하릴없는 썰물 세상에 이름이 뭐 그리 대순가 하는, 어차피 허명에 지나지 않는 것 아무러면 어떤가 하는, 그 냉소. 이름 지상주의의 거짓 진실이 후레자식 거동 같은 가을비에 흠씬 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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