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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옥관의 시와 함께] 기억/김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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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하러 가는 길

문득

어릴 적 홧김에 길가의 돌멩이 하나, 주인도 모르는 밭에 무심코 차 넣은 생각이 났다

나는 부리나케 차를 멈추고

흉가처럼 버려진 자갈밭의 무겁고 날카로운 돌 두 개, 양손에 들고 길로 나왔다

하늘은 푸르고 들판은 조용했다

여름내 덥수룩하게 자란 잡풀 깨끗하게 면도해드리고 맞이하는 추석날. 차례 상을 받으신 조상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보였습니다. 한가위 달처럼 이지러진 곳 없이 둥글게 滿足(만족)한 모습이었습니다.

못난 후손들은 그러나 차례 상이 채 거두어지기 전에 얼굴을 붉혔습니다. 부자간에 형제간에 평소에 가졌던 섭섭한 감정이 치밀어 올라와 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날의 '기억'이 오늘의 평안을 잡아먹은 것입니다.

푸른 하늘과 조용한 들판처럼 마음이 고요해지기 위해서는 가시를 뽑아내야 합니다. 장도리로 쇠못을 뽑아내듯 기억을 뽑아내야 합니다. 나쁜 기억이 뽑혀나간 마음 밭에는 보름달이 돋을 것입니다. 이지러진 곳 없이 둥글고 환한 달빛이 마구 쏟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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