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옥관의 시와 함께] 가을 포도밭/김기연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이젠, 다 주었구나

황갈색 늑골

듬 · 성 · 듬 · 성

남은 늦포도

아름다운 주검으로 매달렸구나

핏빛 그리움 캄캄히 저무는구나

속옷 갈아입을 때 훔쳐보았지. 낡은 '런닝구' 속으로 들여다보이는 늦포도 두 알.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쳐진 젖무덤 위로 가까스로 매달려 있는 건포도 두 알. 탱탱하게 부풀어 오른 과즙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 포도알. 온 동네를 다 먹여 살리던 찬 샘물처럼 먹어도 먹어도 그치지 않던 희디흰 젖.

수확하고 난 과수처럼 쓸쓸한 게 또 있을까. 신열 앓던 봄 시절 지나, 불볕 땡볕 견디어 맺은 결실을 다 내어주고 캄캄히 저무는 가을 나무들. 꼭지만 남은 감나무의 가지는 몸비듬 더께 앉은 노인의 여윈 팔다리를 닮았다. 늦가을 포도밭처럼 듬성듬성한 시행, 명절이랍시고 얼굴 삐끔 보여주고 달아나던 내 모습이 거기 숨어있다.

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분당 아파트 매매 과정에서 17억 7천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국민 대출을 막으면서...
코스피가 21일 급등하며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정지 조치인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었고, 이날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5.17% 상승한 1,0...
광주지방검찰청과 경찰청 특별수사단이 21일 장윤기 사건과 관련해 국가수사본부를 압수수색하며, 경찰 내부에서는 사건 수사 과정에서의 지휘와 부...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