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와 살려고 마련한 빈 집터에
감나무 두 그루 뿌리 내려 살고 있는데
초겨울 까치밥 달고 이웃해서 살고 있는데
아내의 밑그림에는 한 그루만 필요한지
어느 감나무를 베어낼까 묻는다
나무가 다 듣고 있는데 나에게 묻는다
우리 모두 이 지구별에 세 들어 살면서
자연과 이웃해서 자식을 기르는데
사람 말 다 듣고 섰는 나무에게 미안하다
굳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지 않아도 알 만합니다. 작중 화자의 아내는 우리 주위에 흔한, 지극히 인간 중심의 사고에 길든 사람입니다. 빈터에 감나무 두 그루가 서 있지만, 정작 필요한 건 한 그루뿐이라는 말씀. 생각의 솔기를 벗어난 나무의 처지야 알 바가 아니죠.
문제는 그런 나무한테도 귀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가지며 잎들이 다 귀죠. 그래서 나무는 온몸으로 듣습니다. 나무와 사람이 함께 지구별에 세 들어 산다는 인식이 범속한 일상에 상생의 여울을 만듭니다.
시각의 편차가 심각하다면 참 심각한데요. 그 편차를 절대권력자와 의지가지없는 민초들의 삶에 빗대어 보면 어떨까요. 모르긴 해도 그 심각성은 한층 증폭할 터. 비근한 일상의 경험 속에서 존재의 그늘을 짚어내는 일, 이는 결국 열린 시안의 몫입니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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