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이면 열두 번을 보는 보름달인데 정월 대 보름날이나 한가위가 되면 몇 번씩이나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게 된다. 그리고 마음은 벌써 달빛 따라 옛날로 돌아가 추억의 한 모퉁이에 서성이곤 한다. 어릴 적 살던 동네는 한적하기 그지없는 산골이었다.
그 동네 앞 냇가엔 다리가 하나 있었고 저녁 먹고 딱히 할 일은 없고 너도나도 그 냇가 다리 위에서 끼리끼리 모여 앉아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기로 밤새우는 줄도 몰랐다.
그날도 보름달이 휘영청 밝아서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 위에 달빛은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그 달빛에 반해서 친구 명자랑 지나가는 말처럼 약속을 했었다.
"우리 보름달이 뜰 땐 꼭 만나자. 이렇게 아름다운 달빛을 바라보는 이 없이 홀로 지게 할 순 없잖아" 그리고 몇 번을 만났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서로의 짝을 찾아 자연스레 헤어지고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것도 잊어갈 쯤에도 가끔씩 보름달이 뜨면 그 달을 바라보며 달만 보는 게 아니라 달 속의 명자 얼굴도 같이 봤다.
'건강하게 잘 지내겠지? 명자도 가끔씩 저 달을 보면 그날 밤의 약속을 기억할까?' 얼마나 세월이 흘렀는지….
어느 날 거짓말처럼 명자랑 통화를 하게 됐다. 명자가 그랬다.
"나 달 보면서 네 생각 많이 했다. 연락은 못했지만…." 그랬었구나. 저 달이 오작교였구나.
우리 서로는 달을 오작교 삼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살았더라. 그날 밤의 작은 약속이 앞으로 사는 동안 서로의 얼굴을 달 속에 걸어놓고 영원히 바라보며 달처럼 기울었다 가득찼다. 그렇게 그리움을 풀어놓으며 살아가는 행복한 시간이 된 것 같다.
박연옥(대구 달서구 죽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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