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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섭의 목요시조산책] 주암댐, 수몰지구를 지나며/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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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낮 발길 멈춘다 갓길 차를 세우고 주암댐이 훤히 뵈는 하늘 밑 정자에 앉아 저 깊은 우물의 뚜껑 열어 내부를 몰래 본다.

햇살 떼 날을 세워 몸 찌르고 달아난다 물풀에 가리워진 마을들이 소곤소곤 옛길로 자전거 몰며 푸성귀 냄새 맡는다.

페달 힘껏 밟을수록 더욱 더 선명해진 언덕배기 학교도 정미소도 사당도 더러는 강바닥에 누워 두 눈을 부릅뜬다.

때늦은 장대비가 사정없이 퍼붓는다 물 속에서 걸어 나온 수의 걸친 사람들 고향의 흔적을 찾아 白碑(백비)처럼 서 있다.

고향이 어디냐고요? 저기 저 물속입니다. 깊은 우물의 뚜껑 속에 잠긴 땅. 옛길을 힘겹게 산턱으로 밀어 올리고 물풀에 몸을 가린 마을. 언덕배기 학교도 정미소도 두 눈을 부릅뜬 채 강바닥에 누워 있습니다. 이것이 이 땅 곳곳에 널브러진 수몰지의 풍경입니다.

때늦은 장대비를 핑계 삼아 물 속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그들의 입성은 하나같이 수의 차림입니다. 지상 어디에도 없는 고향의 흔적을 찾는 퀭한 눈과 눈들. 코끝에 남은 예전의 푸성귀 냄새만 한낮의 햇살을 자꾸 뒤적입니다.

물밑 땅을 더듬어 가는 자전거 바퀴살이 실향의 심사를 헤집어 놓는군요. 페달을 밟을수록 선명해지는 풍경 가에 白碑(백비)처럼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들. 고향이 어디냐고요? 저기 저 물속입니다.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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