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봄여름가을겨울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8집 '아름답다, 아름다워'를 내놨다. 2002년 7집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내놓은 이후 6년만의 신보다. 앨범 제목처럼 8집은 힘들지만 돌아보면 아름다운 인생에 대한 얘기를 오롯이 담았다. 예의 봄여름가을겨울 스타일이다.

새 앨범을 낸 봄여름가을겨울 멤버 김종진(46)·전태관(46)을 홍익대학교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두 뮤지션은 여유있고 밝은 모습으로 앨범에 대해, 그리고 그간의 삶에 대해 털어놨다.

"2003년에 이 앨범 타이틀곡 '슬퍼도 울지 않을 거야'가 나왔습니다. 금새 새 앨범이 나올 줄 알았는데 자꾸 시간이 늦어져 5년이나 걸렸네요. 나머지 노래도 구상이 잘 안됐고 충전도 안돼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앨범 발매가 많이 늦어졌어요."(전태관)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는 삶과 인접하고 있어 더 많은 공감을 준다. 두 사람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통해 남들에게는 보잘 것 없게 보여도 자신에게는 소중한 삶을 예찬했고,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를 통해 어쩔 수 없이 변하는 인간 군상의 얘기를 담았다. 이번 앨범 수록곡 역시 우리의 삶에 기반을 둔다.

"주변 사람들 12명과 인터뷰를 했어요. 그들의 해주는 사랑 얘기를 듣고 한데 녹여서 가사를 썼습니다. 인터뷰를 당하기만 하다가 남을 인터뷰 하려니 쉽진 않았죠."(김종진)

인터뷰를 한 사람들의 얼굴도 앨범 재킷에 담겼다. 사진작가 김중만 등 유명인 뿐 아니라 매니저·친구 등 두 멤버 주변에 있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앨범에 모티브를 줬다. 앨범에 담긴 인터뷰 대상자의 사진은 전태관이 직접 찍었다.

"종진이가 단순하고 고지식한 데가 있어요. 자기가 느끼고 경험한 일이 아닌 것을 '척하면서' 작사하질 못해요. 12명의 인생을 들어보니 슬프고 힘들 때도 있지만 결국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앨범 제목을 '아름답다, 아름다워'로 지었죠. 또 우리 20년간 음악을 한 우리 스스로가 대견해서 이런 제목을 지은 것이기도 해요."(전태관)

앨범 제목처럼 '슬퍼도 울지 않을거야' '인생 뭐 있어' '남자의 노래' 등 수록곡들은 힘들지만 아름다운 인생을 예찬하고 있다.

"그간 우리의 음반에는 남자의 고독과 외로움이 짙게 드러나 있었어요. 이번에도 그런 노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전보다 한층 밝아졌죠."(김종진)

밝아진 이들의 음악에는 김종진의 재혼이 한 몫을 한 듯 보인다. 김종진은 2006년 탤런트 이승신과 재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이승신은 현재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독특한 입담으로 펼치며 인기를 얻고 있다. 부부는 함께 방송에 나가 닭살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앨범 세 번째 트랙 '사랑은…'의 가사는 연애시절 이승신이 김종진에게 했던 말을 김종진이 모은 것이다. 그만큼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이 애틋하다.

"사랑을 하는 순간의 느낌을 아내가 잘 표현했어요. 그래서 기억해두고 있다가 가사로 썼죠. 앞으로 둘에게 어떤 일이 닥쳐도 사랑했던 순간의 감정을 믿으면 다 이겨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김종진)

과거 봄여름가을겨울에게는 괴팍하고 고집 센 뮤지션의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었다. 사생활도 잘 공개하지 않았고 팬들과 자주 만남을 갖지도 않았다. 이들 스스로도 "젊은 날 팬들이 준 종이학 등을 다 돌려보냈을 정도로 팬들의 소중함을 몰랐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봄여름가을겨울은 변했다. 팬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알고 이들을 위한 음악을 하고 싶다는 봄여름가을겨울이다.

"과거에 팬들에게 잘 못 한 것을 많이 후회해요. 지금과 같은 지혜가 있었다면 정말 팬들에게 고마워했을텐데…. 그 때 우리에게 그런 얘길 해 준 사람이 없었어요. 그랬는데도 팬들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사랑을 보내 주세요. 방송 녹화 때에도 많이 찾아 오시고요."(김종진)

바뀐 점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KBS 2FM의 프로그램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오랫동안 진행하며 삼촌같이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기도 했다. 새 음반 홍보를 위해서도 이미 KBS 2TV '스타골든벨' SBS '스타킹', MBC '놀러와'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우리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료해주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입니다. 그게 우리의 역할이고 능력이죠. 남들을 위해 사는 삶에 거리낄 것도 없고 싫어할 일도 없어요."(전태관)

20년차 가수 봄여름가을겨울은 음악 시장의 불황을 탓하기만 하는 후배 가수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남겼다.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좋은 음악을 만들면 팬들이 다 호응을 해 주세요. 음반을 사지 않는 대중 탓만 할 일이 아니죠. 음악을 해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꿈을 갖고 있으니까 불평이 나오는거에요. 먹고 살만큼만 벌고 다음 음반을 준비할 수만 있으면 되죠. 음악으로 인정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요."(전태관)

데뷔 20주년. 짧지 않은 시간동안 줄곧 함께 한 두 사람에게 비결을 물어봤다.

"그냥 좋아하는 일을 했더니 여기까지 왔네요. 두 명만 마음을 맞추면 되니까 팀이 깨지기도 쉽지 않아요.(웃음) 음악이 아닌 다른 길로 가려고 하면 서로가 잘 잡아주죠. 그렇게 20년을 보냈어요. 전에는 한번 태관이가 음악 아카데미를 하자고 했는데 일단 음반 작업을 하자고 제가 말린 적도 있죠."(김종진)

두 사람은 자신들을 가리켜 "음악적으로 최고의 공격수와 수비수"라고 설명했다. 서로에게 보완이 잘 된다는 설명이다. 음악적인 부분은 김종진이, 그 외 부분은 전태관이 맡아 팀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전태관이 음악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김종진이 음악 외적 일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냥 서로를 믿기 때문에 일임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존중하는 것이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을 20년간이나 이끌어 온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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