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제]봉사하는 당신이 아름답다2-2008 대구국제육상대회 통역봉사

고된 일정이었지만 대구 알린 보람 커

지난달 25일 치러진 '2008 대구국제육상대회'. 2011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전초전 성격을 지닌 이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데에는 통역봉사를 한 사람들의 활동이 큰 힘이 됐다. 영어'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 등의 통역을 한 봉사자 31명은 통역은 물론 대회에 참가한 선수와 코치, 매니저들이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뒷바라지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고교 1학년부터 46세의 주부에 이르기까지 열정을 쏟은 통역봉사자들의 노력 덕택에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었다는 게 조직위 측의 평가다.

영어 통역봉사를 한 이장현(20'계명대 KIC과)씨는 "통역봉사를 하면 이력서를 쓰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부모의 권유로 봉사에 나섰다. 남자 200m 금메달을 딴 브라이언 드징가이(짐바브웨) 등 선수 4명의 통역을 맡은 이씨는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선수들과 친해졌다"며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가하면 통역을 다시 해달라는 드징가이 선수의 부탁을 받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6일 내내 오전 8시부터 밤 늦게까지 선수들과 일정을 함께 하는 고된 행군이었지만 대구를 알리는 데 일조해 가슴이 뿌듯했다는 게 이씨의 귀띔. "대구 사람들이 예의가 바르고 인사를 잘 한다는 게 선수들의 공통적인 이야기였어요. 드징가이 선수가 우승했을 때엔 기쁨을 같이 나눴지요."

여자 1천500m 우승을 차지한 안나 미쉬첸코(우크라이나) 선수 등의 러시아어 통역봉사를 한 이현진(28'계명대 러시아어문학과 4년)씨. "조직위의 요청을 받고 3일 동안 통역봉사를 했어요. 우리나라와 달리 러시아권 경우엔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며 얘기를 주고받아야 하지요. 문화적 차이를 세심하게 배려하면서 통역봉사를 하는 데 주안점을 뒀어요." 이씨로부터 통역봉사를 받은 선수들은 "한국 사람들은 잘 웃고 예의가 바르다" "밥맛이 매우 좋다"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꼭 참가하고 싶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폴란드'독일 선수 등의 영어 통역봉사를 한 박혜련(21'여'경북대 경영학과 2년)씨는 교수의 양해를 구하고 봉사활동을 했다.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옐레나 이신바예바 선수와 스웨덴 출신인 그녀의 매니저를 모시고 팔공산과 동화사 관광을 했어요. 이신바예바 선수는 강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수줍음이 많고 겸손한 태도를 보여줬지요. 스웨덴 이신바예바 선수의 매니저는 역시 스웨덴 출신 그룹인 '아바'의 노래로 된 제 휴대전화 벨소리를 듣고 매우 좋아하더군요." 의사소통을 하는 통역봉사뿐만 아니라 발로 뛰면서 선수와 코치, 매니저가 불편을 전혀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박씨의 얘기다. "홍삼을 사고 싶다는 독일에서 온 한 매니저의 부탁을 받고 평소에 알고 있는 홍삼 브랜드를 파는 가게로 안내했지요. 홍삼제품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한 덕분인지 그 분은 홍삼제품을 30만원 가량 구매하셨어요. 해당 언어에 대한 충실한 공부와 더불어 우리나라와 그 나라의 문화 전반에 대한 두터운 지식을 쌓는 게 통역봉사에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자 창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딴 테로 자벤파(핀란드) 선수 등의 영어 통역봉사를 한 정혁(27'계명대 경영학과 4년)씨. "선수와 코치, 매니저들의 스케줄이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진행되도록 하는 게 통역봉사자들의 중요한 역할이었지요. 그렇게 하려면 상황에 잘 대처해야지요. 대구를 관광하고 싶어하는 외국 선수들을 모시고 삼겹살 식당과 서문시장을 찾은 게 기억에 남습니다."

통역봉사를 한 사람들은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봉사하겠다고 이구동성이다. "브라질에서 온 한 선수는 포르투갈 외에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하더군요. 앞으로 통역봉사를 하는 외국어를 더욱 다양화해야 합니다. 또 같은 언어권이라고 해도 그 문화는 다른 경우가 많은 만큼 미세한 문화적 차이까지 배려한 통역봉사가 필요하지요. 단순한 통역을 넘어 통역봉사는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하는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빈틈이 없도록 하는 게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에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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