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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맨션 무허가 담장 다음달 허문다

▲ 대구 수성구 범어동 궁전맨션이 남측 담장 인근 국·공유지를 20년째 무단 점용하면서 도로가 좁아져 주변에 살고 있는 대단위 아파트 주민들이 출근시간대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대구 수성구 범어동 궁전맨션이 남측 담장 인근 국·공유지를 20년째 무단 점용하면서 도로가 좁아져 주변에 살고 있는 대단위 아파트 주민들이 출근시간대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국공유지 안의 아파트 담장, 이젠 허물겠다."

대구 수성구청이 한 아파트가 20년째 무단 점용해온 부지를 되찾겠다며 초강수를 빼들었다. 수성구청은 8일 범어동 궁전맨션이 남측 담장 인근 국공유지 197㎡(폭 3m, 길이 50m)를 20년째 무단 점용하고 있다며 내달 중 담장철거 등 행정대집행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문제는 20년 전인 1988년 궁전맨션 아파트 건설 당시 부지 내에 있던 하천부지를 아파트 시공사가 지금의 아파트 담장과 도로 경계지역의 땅을 구입해 그 아래 하수도 박스를 설치한 후 대구시에 기부채납하면서 비롯됐다. 그러나 준공 당시 아파트 담장이 기부채납한 땅과 국유지 등까지 포함한 채 세워지면서 3m가량의 국공유지가 아파트 안쪽으로 위치하게 된 것.

구청 관계자는 "국공유지가 아파트 내로 편입됐는 데도 어떻게 준공검사가 났는지는 당시 문서가 없어 정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지만 행정적 착오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담장이 3m정도 도로 쪽으로 더 튀어나오게 됐고, 담장과 나란히 있는 도로는 그 폭만큼 좁아진 채 10여년 넘게 방치돼 왔다. 하지만 2006년 10월부터 궁전맨션 뒤쪽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이 도로를 주 도로로 활용하고 있는 유림노르웨이숲, 동일하이빌 등 뒤편 아파트 주민들(1천600여가구)이 "궁전맨션이 국가 땅을 불법으로 점유해 도로가 좁아졌다"며 이를 회수해 도로를 넓혀달라며 여러 차례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구청 관계자는 "아파트 준공 당시 행정적 착오가 있긴 했지만 국가재산관리 차원에서 반드시 정리가 필요한 데다 교통체증 등 주거환경이 나빠져 도로확장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궁전맨션 측과 협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 내로 담장 철거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궁전맨션 측은 준공 당시의 행정 실수를 입주자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궁전맨션 최치정 입주자 대표는 "담장을 허물고 도로를 넓히면 차량 통행량이 많아져 매연과 소음이 많이 발생한다"며 "인근 아파트의 환경영향평가에서도 현재 도로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왔는 데도 행정실수로 빚어진 피해를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궁전맨션 측은 재건축이 이뤄질 때까지 담장 철거를 연기해 줄 것과 만일 담장을 철거할 경우 방음시설 등을 설치해 줄 것 등을 구청 측에 요구하며 협의를 벌이고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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