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하우스라면 많은 사람들이 건물을 떠올릴 것이지만, 흔히 말하는 오페라하우스는 단순히 건물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오페라라는 것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 안에 오페라 제작을 위한 인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떤 분이 오페라하우스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그가 다만 건물을 짓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을 한 것이다. 오페라하우스라는 것은 오페라를 제작해서 올릴 수 있는 시설과 기술적인 시스템은 물론이고 인적인 시스템을 늘 가동하고 있는 기관을 말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오페라하우스라는 건물이 서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건물은 더 이상 뉴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최근 지방자치제가 발달하면서 각 단체별로 경쟁하듯이 공연장들을 만들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 거의 한 구청 단위마다 현대식 시설의 공연장을 갖추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그런 건물들이 대부분 시설의 어느 수준에 있는 것도 사실인즉 대단한 일이다.
그 많은 극장들이 사실 공연을 위한 시설적인 측면이나 극장의 환경적인 측면에서 유럽의 지방 오페라하우스들보다도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종종 "우리나라 공연장이나 오페라하우스의 시설이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인지?"라고 물어온다. 우리나라의 시설은 세계 정상의 수준이다. 물론 외국에도 새로 지어서 무척 뛰어난 공연장들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도 대부분의 유럽 오페라하우스들은 오래되고 낡은 건물에서 공연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극장이 유명한 것은 그 속의 공연이 뛰어나기 때문이지 시설이 좋아서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몇몇 극장들에 가보면 낙후된 시설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건물이 좋아서 하버드고 시설이 뛰어나서 서울대학교가 아닌 것과 같다.
뛰어난 극장은 외형보다 그 인적인 인프라를 탄탄하게 갖추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오케스트라, 합창단, 그리고 무용단이다. 이 세 가지의 공연단을 자체적으로 상시 가지고 있는 것이 진정한 오페라하우스다. 게다가 무대시설팀, 장치팀, 의상실, 분장팀, 소품제작팀 그리고 기획팀과 홍보팀 등등을 다 자체적으로 운용하고 있어야 한다. 이 모든 인적인 시스템이 어우러져서 오페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며, 이런 것을 비로소 오페라하우스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오케스트라다. 오케스트라야말로 오페라하우스가 운용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모든 스케줄은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며 오케스트라가 인적인 측면에서 극장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또한 구미 대부분의 오페라하우스들에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극장의 음악감독을 겸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이어서 합창단이 있어야 하며 무용단이 있으면 당연히 좋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제는 몇몇 곳에 오페라하우스라고 이름을 붙인 건물들이 서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을 비롯하여 자체 오케스트라를 보유한 오페라하우스는 하나도 없다. 이런 경우는 껍데기만 있고 알맹이는 없는 사실상의 깡통 오페라하우스다. 합창단이나 무용단 같은 것도 물론 없다. 자체적인 행정팀이나 기획팀은 있지만, 분장 및 의상팀은 상주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공연에서 오케스트라, 합창단, 무용단을 비롯한 전체의 팀을 외부에서 데려와야 한다. 그러니 예산이 더 소요됨은 물론이고, 이 비용은 고스란히 티켓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