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與野 '장롱 달러 모으기' 공방

한나라 "나라사랑"…민주 "시장불신 키워"

한나라당이 금융위기 해소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달러 모으기' 운동이 정치권에서 또다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달러 모으기' 운동은 정부의 정책 실패와 현 상황이 정말로 위기임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이며, 외환위기때 그랬듯이 또다시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염치없는 짓이라는 게 야당 등 반대측의 주장이다.

논란의 발단은 10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가 한 라디오에 출연, "장롱속 달러라도 내놓는 것이 나라를 사랑하는 길이다"고 한 발언이었다. 박 대표는 "달러를 은행에 예금하면 은행과 한국의 달러 보유고가 올라가고 대외신용도도 올라간다"고 친철하게 설명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발빠르게 실행에 나섰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과 이에 동조한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이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를 방문, 증권사 관계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갖는 데 이어 외환 모으기 운동의 일환으로 외환 딜러룸을 찾아 집에 보관중이던 달러를 외환통장에 예금하는 '퍼포먼스'를 가졌다. 이날 10명의 의원들이 예치한 액수는 모두 1천597달러였다.

이에 대해 야당들은 "오히려 시장의 불신을 초래한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대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달러 모으기란 그야말로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과 마찬가지"라며 "이는 스스로 위기를 인정하는 것이자 시장에 불신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신학용·박선숙 의원 등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위기의 원인은 외면하면서 국민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정부 여당은 국민의 달러를 내놓으라고 하기 전에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강만수 경제팀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내에서도 달러모으기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달러모으기 퍼포먼스를 진짜 할 줄은 몰랐다. 국민을 대상으로 달러모으기를 해봐야 얼마나 모아지겠는가"라며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힘을 한데 모은다는 의의 정도로 국민들이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곤혹스런 표정이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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